1년 동안 ‘사이버도박’ 특별단속하니…청소년이 4715명, 절반 육박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찰이 1년 동안 벌인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검거된 사람의 절반가량이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 행위자’는 청소년이 성인보다 많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9월 25일부터 지난 10월 31일까지 전국 시·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297개 운영조직을 적발하고 9971명을 검거해 이 중 267명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검거자 9971명 중 19세 미만 청소년이 4715명(47.2%)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청소년 검거자의 대다수가 ‘도박 행위자’였다. 성인 도박 행위자는 3820명인 반면 청소년 도박 행위자는 4672명으로 집계됐다. 사이트 운영(16명), 개발관리·도박광고(19명), 대포 물건 제공(8명) 혐의로 단속된 청소년도 있었다.

성인의 경우 도박 행위자를 제외한 사이트 운영 등으로 검거된 인원이 1436명이었다. 성인들이 만든 불법 도박사이트에 청소년들이 중독되고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청소년 도박 중독 폐해가 커지자 지난해 단속 대상에 청소년을 포함시켰다.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고액·상습 도박자 위주로 단속했던 직전 단속기간(2022년 9월∼2023년 9월)에 적발된 청소년 도박 행위자는 162명에 불과했다.

사이버도박으로 적발된 청소년을 나이별로 보면 16세 1241명, 17세 1763명으로 절반(63.7%)을 넘었다. 이어 18세 899명(19%), 15세 560명(12%), 14세 206명(4%)가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자 4595명, 여자 120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청소년들은 카드 도박의 일종인 ‘바카라’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청소년 1명이 도박에 쓴 금액은 평균 78만원이었다. 1억9000만원을 바카라에 탕진한 16세 남학생도 있었다.

경찰은 검거 청소년 중 1733명을 당사자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전문 상담기관에서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청소년 도박이 감소하지 않고 있다”며 도박 특별단속을 내년 10월 31일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또 사이버 수사관으로 구성된 ‘사이버 범죄 예방 강사’를 통해 학생 대상 도박 예방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사이버 도박은 청소년의 신체적·정서적 발달을 저해하는 만큼 처음부터 접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연장 특별단속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우수 공적자에는 특진 등 포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