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전기차 시대…배터리·열 관리 시스템까지 굴리는 한국타이어

권재현 기자

한국앤컴퍼니, 한온시스템 인수

현대차·도요타 레이싱 행사에

조현범 회장 ‘깜짝’ 등장하기도

종합 모빌리티 기업 ‘도약’ 시동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이 지난달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연습주행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이 지난달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연습주행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동차 업계가 일대 변혁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책을 맡거나 역할이 커지면 전기차, 충전기, 자율주행, 에너지저장장치, 휴머노이드 로봇, 우주 사업, 뇌 신경과학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는 머스크의 사업 확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의 거센 도전에다 ‘용이 여의주를 문 격’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향해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는 테슬라의 ‘파죽지세’까지 더해지면서 협공 상황에 직면한 국내 업체들은 ‘합종연횡’으로 맞서는 분위기다.

이종 업체 간 제휴와 영역 파괴가 줄을 잇고 있다. 급변하는 영업 환경에서 기존의 사업구조에 안주해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최근에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을 지향하는 한국타이어의 변신이 눈에 띈다.

한국타이어를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최근 한온시스템을 인수하고 자동차 종합 부품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열관리 시스템 분야 세계 2위 업체다.

전기차 시대에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은 차량의 에너지 효율성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로 꼽힌다. 전기 모터·배터리 온도 제어는 물론, 자율주행차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와 고사양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적절한 온도로 관리하는 것 또한 열관리 시스템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주력인 타이어(한국타이어)와 차량용·산업용 배터리(한국앤컴퍼니)에 이어 열관리 시스템(한온시스템)까지 아우르며 향후 전기차 시대를 선도할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동시에 글로벌 자산 총액 26조원 규모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말 발표하는 공정자산(해외 자산 일부 제외) 기준으로 올해 국내 재계 순위 30대 그룹에 처음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경기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현대차와 도요타가 공동으로 연 레이싱 페스티벌 현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깜짝’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판매량 기준 글로벌 1위와 3위 완성차그룹의 공동 개최 행사에 나타난 이들은 최근 자동차 업계의 판도 변화와 맞물려 의미심장한 해석을 낳았다.

재계 라이벌인 삼성과 LG는 앞다퉈 자동차 전장(전기·전자 장비 부품) 사업을 확대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니(MINI)의 순수전기 모델인 뉴 올-일렉트릭 미니 쿠퍼와 뉴 올 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 2종을 포함해 모두 5종의 모델에 원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 중이다. LG전자는 차량용 증강현실(AR) 소프트웨어 기술 고도화로 운전자가 주행 중 필요한 정보를 더 정확하고 편하게 얻을 수 있게 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특허청으로부터 최고상인 세종대왕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의 판매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들과의 협력 범위를 앞으로 더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조현범 회장은 최근 한국앤컴퍼니그룹과 한온시스템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모든 기술력과 자원을 활용해 한온시스템과의 시너지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양사 자산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대에 가장 높고 굳건한 위치를 선점하자”고 제안했다.

이종 업체가 손을 잡거나 전통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는 하이브리드 현상은 앞으로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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