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여성 학예연구사’이자 ‘여성 고고학자 1호’였던 이난영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지난 8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4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고인은 진주여고와 서울대 문리과대학 사학과를 졸업한 뒤 1957년 국립박물관에 입사하며 박물관과 연을 맺었다. 1967~1969년 일본 릿쿄대학과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박물관학 과정을 이수했으며 단국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박물관계에서 ‘최초’ ‘1호’의 발자취를 남기며 한국 박물관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유적 조사와 발굴을 할 때 한국 ‘여성 고고학자 1호’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국내 첫 여성 학예사’ ‘국내 첫 여성 학예연구관’이 됐다.
고인은 금속공예 전문가로서 다양한 연구를 펼치기도 했으며, 박물관에서 쓰는 소장품 관리 체계의 기틀을 세우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신라의 토우> <한국 고대의 금속공예> <박물관 창고지기> 등 저서를 펴냈으며 2009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우리나라 최초로 박물관학을 전공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한 국립박물관 소장품 관리 체계의 기틀을 만들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밝혔다. 1993년 관장에서 물러난 그는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를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