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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라기밥을 먹은 사람이나 하는 ‘반말’

입력 2024.11.10 20:36

수정 2024.11.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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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 했다. ‘입은 재앙의 문’이란 뜻으로, 말을 함부로 하면 화를 당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는 설참신도(舌斬身刀)도 같은 의미다. 이 밖에도 말 한마디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금언(金言)이 많다. 하지만 천 냥 빚을 갚을 한마디의 말로 만 근의 화를 쌓는 이들을 자주 본다.

남을 불편케 해 자신에게 화가 미치게 하는 말투 중 하나가 반말이다. ‘안녕하세요’를 ‘안녕’으로 반 정도 줄인 것이 반말이다. 반말의 반(半)이 절반을 뜻하는 한자다. “존대해 말해야 하는 상대에게 반말하다”를 뜻하는 관용구 ‘말이 짧다’도 그래서 나왔다. 속담 ‘싸라기밥을 먹었나’도 같은 의미다. ‘싸라기’는 “부스러진 쌀알”이다. 즉 ‘싸라기밥을 먹었나’는 부서져 반토막이 된 쌀로 지은 밥을 먹어서 말도 반토막으로 하느냐고 빈정거리는 표현이다.

반말의 상대어는 존댓말이다. 따라서 반말에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물론 반말은 “손아랫사람에게 하듯 낮추어 하는 말”인 동시에 “대화하는 사람의 관계가 매우 친밀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이가 가장 많고 지위도 가장 높은 회사 대표가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반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도 함께한 자리에서 반말을 하는 것은 소비자한테 큰 결례이자 회사를 망치는 행위다.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종교를 떠나 누구나 가져야 할 삶의 지혜다. 그런 점에서 가끔 성경책 들고 교회에 간다는 그 누구의 반말은 몹시 불편하다.

한편 반말과 관련해 일상에서 흔히 잘못 쓰는 말이 있다. “반말로 함부로 지껄이는 일”을 뜻할 때 쓰는 ‘반말짓거리’다. 이 말의 바른 표기는 ‘반말지거리’다. “점잖지 않게 함부로 하는 장난이나 농담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농지거리’와 “욕설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욕지거리’도 ‘명사+지거리’ 구조로 이뤄진 말들이다. 또 “말을 하는 일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반말짓’이 아니라 ‘반말질’이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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