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채용·횡령·배임 의혹
정부, 경찰에 수사의뢰키로
체육회 관계자 7명도 포함
정부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사진)을 직원 부정 채용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달 8일부터 한 달간 대한체육회의 비위 여부를 점검한 결과, 이 회장 등 체육회 관계자 8명을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이 회장은 2022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자녀의 대학 친구를 채용하도록 했단 의혹을 받는다. 문제가 된 자리는 선수촌 내 훈련 관리 업무를 하는 직위여서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이 필요한데 이 회장은 선수촌 고위 간부와 관련 담당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자격 요건을 완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반대하는 채용부서장은 교체됐다. 이 회장은 자격 요건을 완화하면 해당 직위의 연봉이 하향 조정돼야 한다는 직원의 발언에 1시간가량 폭언과 욕설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 회장 자녀의 친구는 3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채용됐다.
한 스포츠종목단체 회장이 선수단 보양식·경기복 등 구매 비용 약 8000만원을 대납하고 파리 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제공받는 데 이 회장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스포츠종목단체 회장은 이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다.
이 회장은 체육회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체육회가 소유하는 평창 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 중 총 6300만원 상당의 물품이 회장실로 배당됐는데, 이 회장은 그중 170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 14대를 무단으로 지인 등에게 제공했단 의혹을 받는다. 체육회 다른 부서에 배정된 후원 물품도 회장실로 가져와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이 파리 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무관한 자신의 지인 5명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인당 300만원대인 이들 5명의 항공료 역시 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한 업무 협약식에 참석해야 한다며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해당 행사는 국감 당일 오전에 종료됐다. 이 회장은 오후 진천 선수촌 인근 식당에서 선수촌 직원들과 밤 10시20분까지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파리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장소를 갑작스럽게 변경해 예산 700만원을 낭비하는 등 체육회 운영에 다수의 문제점이 있다고 봤다. 특히 해단식 관련 회의에서 이 회장이 간부에게 “만약 해단식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오면 당신을 인사 조치하겠다”고 말한 정황도 포착됐다.
체육회가 기부 또는 수익 사업으로 받은 후원 물품의 관리를 소홀히 한 정황도 다수 적발됐다. 규정상 수의계약 가능 사유를 임의로 확대 적용하고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점검단의 조사 과정에서 체육회 일부 임직원들의 비협조와 방해 행위도 많았다.
서영석 공직복무관리관은 “이번 점검 결과 확인된 대한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 혐의를 보다 명백하게 밝히기 위해 점검 결과를 수사기관에 이첩하고 문체부에도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위법은 아니어도 규정을 위반한 관계자 11명은 문체부에 이첩해 감사와 징계를 받게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