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2심 ‘1조3000억대 재산분할’ 불복해 대법원 상고
SK 주식 매입에 노태우 비자금 300억 유입됐는지 재심리
불법 자금이 재산 분할 대상이 되는지도 법리 제시 가능성
최태원 | 노소영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심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재산분할해야 한다고 결정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다시 다뤄지게 됐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7월8일 최 회장이 서울고법 2심 판결 선고에 불복해 낸 상고 사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기한(40일)인 이달 8일까지 기각 결정을 하지 않았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본안 심리를 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이다. 심리불속행 기각 기한이 지나면서 이번 소송은 자동으로 심리가 진행되게 됐다. 이 사건은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맡고 있다.
대법원 심리에서는 ‘SK그룹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볼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법상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다. 결혼 전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 취득했기 때문에 혼인 뒤 배우자의 기여가 없는 한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최 회장 측은 “SK그룹 주식은 선대로부터 증여·상속받은 특유재산이라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회장 명의의 계좌 거래 등을 보면 과거 SK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선대 회장 돈만으로 매입한 것이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그룹이 성장하는 데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약속어음 비자금’이 쓰였다고 봤다. 노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재산형성에 유·무형적 기여를 했다고 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SK 비자금 의혹은 간헐적으로 제기됐으나 두 사람의 이혼소송에서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 2장과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노 관장 측이 최 회장 측에 준 ‘유형적 기여’의 증거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에게 1심의 20배가 넘는 1조3808억원을 재산분할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부터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SK로 300억원이 유입됐다는 의혹 자체를 부인해왔다. 최 회장 측은 300억원이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밝혀진 내용이 없고, 1995년 검찰이 관련 의혹을 수사했지만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특히 최 회장 측은 설령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가 확인되더라도 불법 자금에 해당하므로 환수 대상일지언정 재산분할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1년쯤 (비자금 300억원은) 형사상 어떤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았으므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며 “300억원의 금전적 지원 자체를 불법 원인 급여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통상 가사 사건에서는 재산에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 따져가며 재산분할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소송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만큼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분할 대상의 불법성에 관한 법리를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