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라’며 이스라엘에 제시한 일종의 ‘최후통첩’ 마감일이 오는 13일로 임박한 가운데 미국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30일 이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국법에 따라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공개 경고에도 가자지구 상황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이스라엘군이 고강도 포위 작전을 벌이고 있는 북부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매일 최소 350대의 구호트럭 진입과 구호품 이송을 위한 전투 일시 중단,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고립 작전 중단, 민간인 강제 대피령 철회 등을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하나도 실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스라엘군은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미국 정권교체가 확정되자 북부 ‘굶겨 죽이기 작전’을 공식화하며 노골적으로 바이든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이는 북부에 민간인 소개령을 내린 뒤 떠나지 않은 자는 모두 무장세력으로 간주해 사살하거나 굶겨 죽이겠다는 작전으로, 바이든 정부는‘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이 작전을 시행하지 말 것을 거듭 경고해 왔다.
무기 지원 중단까지 거론한 미국의 공개 경고 직후 이스라엘은 북부에 구호트럭 반입을 일부 허용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지속되지 않았고, 미 대선 다음날인 지난 6일엔 북부에 “민간인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구호품이 반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집중된 북부에서 기근이 임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전쟁 내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수차례 대립하면서도 결국에는 막대한 양의 무기를 지원해온 바이든 정부가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CBS 뉴스에 출연해 “그들(이스라엘이)이 어떤 진전을 이뤘는지 이번주에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 대선 전 휴전 돌파구 마련에 실패한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1월 임기 종료 전 어떻게든 휴전이란 성과를 내려 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미국의 중동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쟁 당사자들이 휴전 의지를 보이지 않는 데다, 핵심 중재국인 카타르마저 중재 노력에서 손을 뗄 분위기다.
여기에 레임덕을 맞은 바이든 정부의 압박을 무시해온 네타냐후 총리가 미 대선 후 더욱 노골적인 강경 행보에 돌입하며 전쟁 역시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카츠 신임 국방부 장관, 론 더머 전략부 장관과 함께 미국의 최후통첩과 관련한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금주 중 더머 장관을 트럼프 당선인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로 보내 트럼프 당선인 측과 접촉할 계획이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대선 이후 세 차례 통화했다고 밝히는 등 밀착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