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문화유산연구소, ‘함안 가야리 유적’ 발굴조사 결과 공개
“유속 고려한 배수체계, 지형 보완한 성벽 축조…가야인의 뛰어난 토목기술 확인”
1500여년 전후 아라가야의 왕성으로 알려진 경남 함안의 ‘가야리 유적’(사적) 발굴조사에서 아라가야 시기의 토성 내외부를 연결하는 배수 시설이 처음 확인됐다.
성의 안팎을 연결한 배수 체계의 확인은 가야 지역에서도 처음이다. 발굴조사에서는 당시 토기가 출토되고, 성벽의 축조 구조와 대지 조성과정 등도 새롭게 드러났다. 가야 토성의 운영 체제, 구조 등의 연구에 좋은 학술자료라는 평가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아라가야 왕성으로 추정되는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유적’에서 성 내부의 물을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돌로 쌓은 석축 배수 시설을 가야문화권 유적에서는 최초로 확인하고, 성 내부의 대지 조성 과정, 성벽의 구조 등도 새로 밝혀냈다”고 11일 밝혔다.
‘함안 가야리 유적’에서는 그동안 아라가야의 전성기인 5~6세기에 쌓은 중요 시설물인 토성, 여러 건물 터 등이 발굴됐다. 이에 따라 함안 지역을 터전으로 삼은 아라가야의 왕성으로 여겨졌으며, 아라가야와 아라가야 지배층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중요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시대의 ‘함주지’(咸州誌·1587년),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1656년) 등 문헌자료들에서도 가야리 유적을 ‘옛 나라의 터’(古國遺基)로 기록하고 있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석축 배수시설은 성 내부의 곡간지 지형(좁게 움푹 패어 들어간 지형으로 주변의 물이 모이는 곳)에서 확인됐다”며 “곡간지에 모이는 물을 성 밖으로 배수하기 위해 성벽을 통과해 설치된 양상”이라고 밝혔다. 돌로 쌓은 배수시설은 너비 1~3.5m, 남아 있는 길이는 16.5m다.
성벽을 통과하는 부분은 너비 1m 내외로 좁게 만들어 뚜껑돌을 덮을 수 있게 했다. 특히 성벽 밖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너비가 최대 3.5m까지 벌어지는 나팔 모양이다. 연구소는 “성 밖으로 나오면서 수로를 나팔 모양으로 벌어지게 만든 것은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토성의 배수 체계는 가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라고 밝혔다.
성벽은 네모꼴의 구조틀 속에 흙을 켜켜이 다져 쌓는 고대 토목기술인 판축기법으로 성벽의 중심(토루)을 만들고, 토루의 내외벽을 조성해 성벽을 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좁게 골이 진 성 내부의 지형을 평탄하게 하기 위해 바닥 부분에는 부엽공법을 이용해 대지를 조성했다.
고대 토목기술의 하나인 부엽공법은 나뭇가지나 풀 등의 유기물들을 섞어 깔아 지반을 강화하는 공법으로 현대의 토목섬유와 같은 기능을 한다. 판축 토루의 너비는 5.5m, 내·외벽의 바닥 너비는 각각 12m, 판축 토루와 내·외벽을 포함한 바닥 부분의 전체 너비는 29.5m로 나타났다.
대지 조성층에서는 짧은 목 항아리(단경호), 솥 모양(부형) 토기 등이 발견됐다. 대지 조성과정에서 제사나 각종 의례 행위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이번 발굴조사는 성 내부의 배수 문제와 습하고 연약한 지형의 특성을 고려해 성벽과 배수 체계를 만든 고대 가야인의 뛰어난 토목 기술을 확인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13일 오후 2시 발굴조사 현장에서 그동안의 발굴 성과를 공개하는 현장 설명회를 연다. 또 오는 20일에는 함안박물관에서 가야리 유적의 최신 연구·조사 내용, 아라가야의 중심지인 함안 지역에 대한 연구 성과를 짚어보는 학술토론회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