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XX에게”···보험금청구권 신탁 내일부터 시행

윤지원 기자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XX에게”···보험금청구권 신탁 내일부터 시행

#A씨는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남겨진 사망보험금이 손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손자는 아들과 이혼한 며느리가 키우고 있었다. A씨는 이들 몰래 허위서류로 손자의 친권자를 며느리에서 죽은 아들 명의로 변경해 사망보험금 2억원을 챙겼다. 받은 보험금은 손자 양육과는 상관없는 사업자금과 생활비로 썼다. 울산지법은 최근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망보험금을 놓고 가족 간 발생하는 불화와 법적 분쟁은 수없이 많다. 앞으론 이런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신탁에 보험금청구권을 포함하는 법이 시행되면서, 사망보험금도 앞으로 죽은 사람 대신 관리할 신탁사가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이 보험금을 ○○에게 주라’고 지정해두면, 유언대로 돈을 맡아 관리해주는 신탁업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자녀·배우자 수익자로 보험금청구권 신탁 가능

금융위원회는 12일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11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그간 막혔던 보험금에 대한 신탁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보험금을 포함해 다양한 재산을 상속할 때 신탁이 활용된다. 반면 한국은 관련 규정이 미비해 보험금에 대해선 제3기관인 신탁업자(은행·보험사·증권사)들이 관련 상품을 출시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 보장은 보험 수익자를 신탁업자로 변경하고, 신탁 수익자를 배우자·직계존비속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가능해진다. 다만 보험 계약 구조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인인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며, 재해나 질병 사망인 경우에는 신탁 가능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는 사망보험금 청구권을 신탁하고, 신탁업자는 미성년 자녀가 성장한 후 수탁한 보험금을 나눠 지급할 수 있다. 금융위는 “재산관리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 장애인 등 유가족의 복지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 신탁자산 유치 경쟁 치열해질듯

금융권은 신탁 서비스 출시로 분주하다. 은행과 생명보험사들이 적극적이다.

이미 신탁 특화 상품을 갖추고 있는 은행들은 시행에 맞춰 관련 준비를 끝내둔 상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행일 즉시 신탁계약이 가능하도록 준비해뒀다”며 “손님들에게 상품을 안내할 수 있도록 교육, 연수 등도 끝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신한·우리·KB국민은행 등도 마찬가지로 상품 출시를 준비한 상태다.

생보사들은 이미 종신보험을 팔고 있는만큼 신탁자산 유치에 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산을 장기적·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건 생보사의 전문 분야이고, 보험금 청구 지급 정보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만큼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생보사와 은행 간 신탁업을 놓고 수수료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아직 출시 전이라 비교가 안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수료를 놓고 어디가 유리한지 겨루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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