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기금에서 건설·임대사업자에게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돈이 최근 2년 반 동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말부터 시작된 건설경기 침체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도산이 이어진 여파다. 회수율도 40%를 밑돌면서 주택도시기금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택도시기금에서 돈을 빌려 임대주택을 지은 사업자가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대출금 조기 회수)이 발생한 규모가 총 5746억2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기간이던 2020~2021년 발생한 기한이익상실은 1671억6941만원이었다. 비교 기간이 6개월 더 긴 것을 감안해도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납입금과 건축 인허가,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때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판매액으로 조성한다. 이렇게 모은 기금은 서민층에게 주택구입·전세자금을 빌려주거나(수요자 대출), 민간 임대주택 등을 짓는 건설업자에게 빌려주는데(사업자 대출) 사용된다.
최근 발생한 주택도시기금 기한이익상실은 사업자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2년~올해 상반기 기한이익상실에서 사업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9.4%(4565억원)였다. 사업자 대출 기한이익 상실 규모도 2020~2021년 1136억원에서 2022~2023년 4548억원으로 4배 급증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는 17억원 규모로 예년 대비 낮은 편이다.
이는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임대주택 등을 짓겠다며 기금에서 대출받은 뒤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 폐업 수는 2021년 169곳, 2022년 261곳, 2023년 418곳으로 증가 추세다.
문제는 기한이익 상실 대출금의 회수율도 39.4%에 그친다는 것이다. 2022년~2024년 상반기 기한이익상실 대출금 4564억원 중 실제로 회수된 돈은 1796억원에 그쳤다. 회수율도 2020~2021년 91.4%(1135억원 대비 1038억 회수)에 크게 못미친다.
경남 소재 남명산업개발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12월 1123억원이 기한이익상실 처리됐으나 아직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지구종합건설에서는 2022년 7월 989억원의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으나 지금까지 회수된 금액은 14억원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출금 회수를 위해서는 경·공매를 진행해야 하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한 주택사업자가 지은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주거권과 분양 전환 권리부터 보호하기 위해 경매를 유예하다 보니 회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회수하지 못한 대출금은 고스란히 주택도시기금의 손실로 남게 된다. 문 의원은 “최근 국토부가 주택도시기금 고갈 우려를 들며 디딤돌대출 축소에 나섰다”며 “기금 재정건전성을 논하려거든 사업자대출 관리 부실 등 주택도시기금 운영부터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