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금성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어선에서의 구명조끼 착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위험한 조업 활동을 할 때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조업중 안전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11일 경향신문에 “지금도 기상특보가 발효된 때는 어선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게 되어 있는데, 향후 중량물을 들어 올리는 등의 위험 작업을 할 때는 날씨와 상관없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성호 침몰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해경 등은 당시 날씨는 나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어선안전조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어선에서는 태풍, 풍랑 특보나 예비특보 발효 중 외부에 노출된 갑판에 있는 경우에만 구명조끼를 착용하면 된다.
해수부는 지난 5월20일 이를 개정해 ‘어선에 승선하는 인원이 2명 이하인 경우’에도 구명조끼를 상시 착용하도록 강화했다. 승선인원이 2명일 경우 실족 등으로 해상추락 사고가 발생해도 자력 구조가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아직 모든 어선에서 상시착용하는 수준은 아니다.
이번 사고처럼 갑작스레 침몰할 때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면 생존 가능성은 높아졌을 수 있다. 구명조끼 착용의 효과는 여러 통계에서 확인된다. 2018년 학술지 ‘안전과학’(Safety Scienc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면 영국에서 10년간(2007~2016) 일어난 해양사고 사망자 중 82%인 180명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나온다.
올해 1월 학술지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 발생한 333건의 선박 사고 사망자 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의 익사율은 9%에 불과했다. 보온효과가 있는 구명조끼는 저체온증을 막아 생존시간을 늘려주는 역할도 한다.
구명조끼는 고체식과 팽창식 등이 있다. 김종성 한국해양대학교 항해융합학부 교수는 어선의 경우 팽창식 구명조끼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명조끼를 입었다면 헤엄을 치지 못해도 바로 떠오를 수 있으니 생존율은 당연히 올라간다”면서 “도선사(배에 올라 접안·출항시켜주는 일을 하는 사람)가 배에 오를 때 착용하는 팽창식 구명조끼는 굉장히 얇아 몸에 잘 맞고, 물에 빠지면 자동으로 팽창한다. 어선에서도 그런 조끼를 입을 수 있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고, 불시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국가에서 어선원의 구명조끼 의무 착용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와 뉴브런즈윅 주는 각각 2019년 6월, 올해 6월부터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상업 어선의 선원에게 구명조끼나 개인부양장치 착용을 의무화했다. 2015년 9월 한 상업용 어선이 전복되면서 승무원 3명이 익사했는데, 개인용 부력장치를 착용한 승무원만 유일하게 생존했던 일이 한 계기가 됐다.
영국의 경우 길이 15m 미만의 소형어선에서 부력 150N 이상의 개인용 부력장치나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했다. 구명조끼에는 호루라기와 반사재질, 조명이 부착되어야 한다.
팽창식 구명조끼의 가격은 약 10만원 내외이다. 고체식에 비해 2배 정도 비싸다. 구매 후에도 정기적인 점검과 교체가 필요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사고 발생 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팽창식 구명조끼 보급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구매 비용의 60%를 지원하는데 지난해 6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1인 조업선 709척에 보급했다. 내년까지 2t 이하 어선에 보급을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