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52시간 예외’ 담은 반도체특별법 당론 발의

문광호 기자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1일 반도체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직접 보조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특별법을 당론 발의했다. 반도체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노동시간 예외 적용, 세액 공제가 아닌 직접 지원 방식 등을 두고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 대통령 직속 반도체특별위원회 설치, 주 52시간 노동시간 유연화 등이 골자다. 한동훈 대표는 앞서 지난 8월8일 당대표 취임 후 첫 민생대책을 발표하며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법안은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았다. 반도체 산업 지원의 세계적 추세가 세액공제 방식에서 직접 보조금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국민의힘은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투자 확정단계부터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접 보조금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다만 정부는 그간 삼성전자 등 대기업 지원에 대한 부담,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지원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만큼 회계 투명성, 목적에 맞는 집행 여부 등도 면밀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조율을 마쳤다며 “정부가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특별법안에는 이외에도 대통령 직속 반도체 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도체혁신지원단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조치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이 국제 반도체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은 정말 나쁜 거래”라며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땅에 공장을 짓게 하기 위해 보조금이 아닌 관세라는 수단을 쓰겠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트럼프 행정부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반도체특별법 조기 처리 등 반도체 분야 지원에 속도감 있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법에서 노동시간에 예외를 둘 수 있게 한 것은 논쟁이 예상된다. 특별법은 신상품 또는 신기술 연구개발 등 업무종사자의 경우 당사자 간 서면합의시 노동시간, 연장·야간 및 휴일 노동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특례 규정을 뒀다. 반도체산업 고연봉 전문직에 한해 당사자 간 합의로 주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소위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 처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노동시간 예외 적용에는 이견을 보였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재명 대표와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경총에서)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지원 얘기가 있었다”며 “그건 우리 당도 이미 제출한 법안들이 있다. 다만 법안 처리에 있어 근로시간 문제라든지 다른 이슈들을 연계하게 되면 처리 속도가 늦어지니 압축적, 핵심적으로 빨리 정리해서 진행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여야가 이견을 좁힌다면 반도체특별법은 국회 상임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르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철규 의원은 이날 법안 발의 직후 기자들이 민주당의 반대와 관련해 묻자 “직접 지원도 강제규정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넣기로 했다”며 “노동시간도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외가 아니고 반도체 R&D 분야 종사자들에 대해 제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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