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특검 추천권도 제3자에게 부여하는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제출하겠다고 11일 밝혔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도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선 국정조사, 후 특검’인 셈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세번째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수사 범위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공천개입 의혹, 한남동 관저 이전 개입 의혹 등 총 13가지다. 특검 추천권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특검 후보를 1명씩 추천하면 대통령이 한 명을 지명토록 돼 있다. 그런데 수사 범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으로 한정하고, 특검 후보도 제3자가 추천하도록 법안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세번째 발의하며 수사 범위를 대폭 늘리자 “그 목적이 정치공세에 있음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또 “고발한 사람의 입맛에 맞는 검사를 골라서 고발인의 뜻에 맞게 수사를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참여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드루킹 특검 때 전례가 있음에도 이런 억지 주장을 폈다.
그러나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수정하기로 해 그마저의 반대 이유도 힘을 잃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 김 여사 의혹 해소는 국정운영 정상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됐다. 창원지검이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녹취록에 등장한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명씨 이권개입 의혹 수사는 여전히 더디다. 검찰 수사의 불신을 높인 도이치 주가조작 무혐의 처분과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는 특검으로 규명할 수밖에 없다. 한 대표가 채 상병 특검 후보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주는 방안을 제시했듯이 특검 추천 방식은 협상을 통해 얼마든 풀 수 있다.
특검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하느니, 특검 자체가 위헌이라느니 하는 윤 대통령 궤변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면 한 대표는 특검법 협상에 응해야 한다. 특별감찰관 추진으로 특검을 거부하는 건 이미 벌어진 김 여사 의혹은 덮고 가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이게 한 대표가 말하는 정의이고 공정인가. 채 상병 순직사건 국정조사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약속하고도 수개월째 뭉개고 있다. 이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국정조사마저 거부한다면 한동훈식 책임정치는 대체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