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돌아온 영화 ‘글래디에이터2’ 13일 개봉
고대 로마 제국 검투사가 24년 만에 돌아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글래디에이터 2>가 오는 13일 전세계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다. 2000년 <글래디에이터>는 세계적 흥행에 성공했고 미국 영화계 최고 권위의 오스카상(아카데미상)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전설적인 명작의 후속편인 만큼 한국 관객들의 기대도 높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글래디에이터 2>의 예매율은 이날 기준 28.2%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중이다.
<글래디에이터 2>는 공화정을 꿈꿨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사후 16년 시점에서 시작한다. 로마를 통치하는 ‘쌍둥이 황제’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와 게타(조셉 퀸)가 정복 전쟁과 향락에 빠져 폭정을 휘두르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 누미디아의 장군 하노(폴 메스칼)는 로마의 전쟁 영웅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에게 대패하고 노예로 전락한다. 부유한 무기상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의 검투사가 돼 콜로세움에서 싸운다. 아카시우스의 아내는 1편의 공주 루실라(코니 닐슨)다. 루실라는 하노가 어린 시절 피신시킨 아들 ‘루시우스’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글래디에이터 시리즈는 현대인의 ‘고대 로마 판타지’를 거대한 스케일로 구현한 작품이다. 주요 배경인 콜로세움은 실제의 60%에 달하는 규모로 세트를 제작해 현장감을 살렸다. 고대 로마 시민들이 콜로세움에서 검투 시합을 즐겼듯이 현대 관객들은 극장에서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을 경험할 수 있다. 로마와 누미디아의 전쟁 장면부터 루시우스와 아카시우스의 결투까지 시네마스코프(화면비 2.39:1의 와이드스크린) 화면 위에 웅장하게 펼쳐진다. 콜로세움에 물을 채우고 식인 상어를 풀어 ‘살라미스 해전’을 재현한 검투 장면 등에선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을 만끽할 수 있다.
<글래디에이터 2>는 1편을 보지 않아도 감상하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다. 하지만 1편을 예습한 관객이라면 주인공 루시우스의 감정에 보다 잘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편에선 루시우스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혀 1편의 궁금증도 풀어준다. 루시우스 역을 맡은 폴 메스칼은 <로스트 도터> <애프터 썬>에서 연기력을 증명한 배우다. <글래디에이터 2>가 액션 중심 작품인데도 애정과 원망이 뒤섞인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다만 루시우스가 극중에서 스스로 고백하듯 1편 주인공 막시무스(러셀 크로우)의 묵직한 카리스마와 비교하면 다소 밀리는 느낌이다.
역사적 고증을 기대해선 곤란하다. <글래디에이터 2>의 각본은 실제 인물과 역사를 일부 차용했을 뿐 작가의 상상이다. 막시무스와 루시우스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지혜로운 철학자 군주였지만 ‘공화정 부활’을 주장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마크리누스는 실제 역사에선 끝내 황제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로마군의 복장 등도 고증에 충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막시무스의 무덤에 현대 영어로 새겨진 묘비명은 비장한 장면에서 헛웃음이 나오게 한다.
서사의 정밀성도 떨어진다. 1편에서 황제 코모두스가 막시무스와 일대일로 대결하는 비현실적 장면을 만들었지만 이는 적어도 코모두스가 검투사 시합에 광적으로 몰두했다는 역사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2편은 ‘공화정의 영웅’ 루시우스를 구현하기 위해 역사에서 이탈하며 많은 무리수를 둔다. 납득되지 않는 어리석은 선택을 일삼는 등장인물들도 잇따른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난달 화상 기자회견에서 24년 만에 2편이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 “사실 후속편은 위험한 작업이다. 많은 관객들이 1편보다 별로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당시 로마의 냄새가 날 정도로 역사적 사실을 자세히 조사하고 나만의 버전으로 영화화하려고 접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