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는 “인권침해 당할까 걱정”
올부터 명찰 대신 일련번호 달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 감독관 10명 중 9명은 인권침해를 당할까봐 우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중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10∼21일 전국 중·고교 교사 4654명을 대상으로 수능 감독관 업무에 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가 “인권침해를 당할 것을 걱정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수능 종사 업무 중 인권침해를 당했을 경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4%에 그쳤다.
응답자 10명 중 8명(81%)은 수능 종사 요원 선정이 강제적으로 이뤄진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주관식 설문에서 “감독을 원하지 않음에도 반강제 차출이 이뤄진다”거나 “저경력, 저연차, 저연령 순으로 우선 차출되는데 건강상의 이유가 있어도 빠지지 못한다”고 했다.
교사들은 “감독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이은 감독 또는 4타임 감독을 무리하게 진행한다”, “점심시간이 부족해 소화가 안 돼 체할 뻔했다”고도 했다.
쉬는 시간이 부족해 화장실도 못 간다며 열악한 근무 환경을 호소하는 감독관들도 다수였다. 설문에 응답한 교사 86%는 “시험 감독이 연이어 있는 경우 화장실 가는 시간이 부족해 고충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7%는 “시험 감독으로 하루 287분을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해서 고충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부정행위를 한 수험생의 학부모가 수능 감독관의 근무 학교를 찾아가 시위하는 등 수능 감독관들이 위협을 느끼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은 올해 수능부터는 감독관 명찰에 이름 대신 일련번호를 표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