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트럼프 리스크’에 출렁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2일 하루만 2% 가까이 떨어지면서 지난 8월 ‘블랙 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500선마저 내줬다. 트럼프 랠리로 상승하고 있는 미국 증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4%) 떨어진 2482.5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2500선 이하로 떨어진 건 지난 8월 5일(2441.55)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당시 미국의 실업률이 올라 경기 침체 공포가 치솟으면서 코스피 지수는 하루만에 8.77%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린 건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외국인은 2306억원 어치, 기관은 1095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3332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 흐름을 보였다.
특히 외국인은 전날에도 4817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으며, 이달 들어서만 8779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는 원화 가치도 떨어뜨리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3시30분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8.8원 오른 1403.5원을 기록했다.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64% 떨어져 5만3000원을 기록했다. 4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3.53% 떨어지면서 18만5800원으로 마감했다.두 주식 모두 외국인이 순매도 우위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1.99%), 셀트리온(-4.71%), 현대차(-1.90%), 기아(-2.85%) 등이 내렸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18.32포인트(2.51%) 내린 710.5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48억원, 기관이 69억원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165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전날 미국 증시는 활황을 이뤘으나 한국 증시는 부진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 7일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 지수는 3.16%, 코스닥 지수는 4.41% 하락했다”면서 “같은 기간 미국 3대 지수는 4% 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이후 보호무역주의와 고율 관세 기조가 이어지면 국내 반도체 산업 등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증시가 더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