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명태균 구속영장에 “대의 민주주의 훼손”…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여부는 제외

이창준 기자    정대연 기자
명태균씨가 지난 8일 경남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명태균씨가 지난 8일 경남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명태균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명씨가 국회의원 후보 및 지방선거 후보 공천을 대가로 수억원대의 자금을 수수했다고 명시했다. 구속영장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명씨 요청을 받고 김영선 전 의원 등 공천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적시되지 않았다. 향후 검찰 수사가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향신문이 12일 확보한 8쪽 분량의 명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씨가 2022년 8월23일부터 지난해 11월24일까지 16차례에 걸쳐 김 전 의원으로부터 세비(국회의원 보수) 7620만6000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존에 알려진 액수는 9000여만원이었는데, 돈이 현금으로 전달돼 일부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자신의 비서관이던 강혜경씨 명의 계좌로 세비 중 절반을 보내면 강씨가 현금으로 출금해 명씨에게 전달했다고 봤다. 검찰은 명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령군수 선거 출마를 희망했던 배모씨, 대구시의회 의원으로 출마하려던 이모씨로부터 각 1억2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을 현금으로 받은 혐의도 적시했다.

검찰은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명씨가 국민의힘 당대표(이준석), 대통령 후보 부부와 친밀한 관계라고 주장하고 주변에 이를 과시해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세비를 교부받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5선 국회의원(김 전 의원)을 내세워 공천을 받고 싶어 하는 사업가들에게서 거액을 교부받은 사실을 객관적 자료와 공범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명씨가 돈을 받고 공천에 개입해 대의 민주제를 망가뜨렸다면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피의자는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 활동까지 하여 민의를 왜곡했다”며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왜곡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썼다. 검찰은 명씨가 언론 등에 ‘휴대전화를 아버지 산소에 묻었다’라거나 ‘다 불태우러 간다’고 말한 것을 두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김 전 의원 등 공천 청탁을 했는지, 윤 대통령이 여당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명씨가 대선 때 윤 대통령 측에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냈는지 등 핵심 의혹들은 구속영장에 담기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아직 명씨와 김 전 의원 등 관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대통령이 취임 하루 전 명씨에게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김 전 의원 공천을 해주라고 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또한 강씨는 ‘명씨가 2022년 2~3월쯤 지방선거 예비후보를 윤 대통령 자택으로 데려가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나게 하고 공천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들까지 규명해 낼 수 있을지가 수사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명씨 측은 영장 청구서에 담긴 검찰 측 주장에 반발했다. 명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법무법인 황앤씨)는 “법과 원칙과 증거로 이뤄져야할 수사와 사법절차가 ‘주권자인 국민의 기대’라는 추상적인 말로 쓰여졌다”고 밝혔다. 명씨와 김 전 의원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4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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