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 판결’ 압박 동원정치가 보여준 ‘일극체제’ 민주당 현실

박용하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촉구 천만인서명운동본부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촉구 천만인서명운동본부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5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소속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 당원들을 총동원해 “무죄” 주장을 펴고 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한 동원정치는 ‘일극체제’ 민주당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그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기구들을 다수 출범하며 당력을 집중해왔다. ‘검찰독재대책위원회’를 통해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설파했고, 이어 ‘사법정의특별위원회’도 개설했다. 이들 위원회에는 22대 국회에 입성한 법률가 출신 의원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소속된 일부 의원들은 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의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보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법사위원들이 그간 보인 움직임과 관련해 “지도부 차원에서 (방탄) 요청이 오기도 하겠지만, 스스로 (복심에) 맞추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예산안 논의를 사법리스크 방탄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내년 법무부와 검찰 예산은 정부안 대비 500억원 가까이 삭감했지만, 대법원 예산은 240억원 넘게 증액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재판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당내 친이재명계 의원들도 최근 법률 세미나 등을 벌이며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해왔다. 친명계 40여명이 소속된 ‘더 여민 포럼’이 지난달 국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이 대표 무죄를 주장하는 토론회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1심 선고가 가까워지자 이 대표의 무죄를 탄원하는 움직임은 한층 규모가 커졌다.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의 모임인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는 1700여명의 회원들 명의로 이 대표의 무죄판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전날 발표했다. 친명계 최대 조직 ‘더민주혁신회의’가 진행한 무죄판결 촉구 서명 운동에는 1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법조계 등에선 이를 두고 재판부를 압박하는 행위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탄원서 같은 경우에는 재판부에서 실제 고려 요소가 되고, 서명자 수나 관련 시위의 규모에 따라 압박도 될 수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충성 경쟁에 가까운 서명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다보니 민주당 내에서도 곤혹스런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최근 전국적으로 서명과 동원이 벌어져 당이 난리”라며 “호남 같은 곳은 권리당원 수에 비해 무죄 탄원 서명이 적어, 지역 관계자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방탄 정치가 중도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이나 당원들 중에서도 이 대표가 방탄을 위해 조직을 동원하는 것을 아는 이들이 많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을텐데, 민주당과 이 대표가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위해 조직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니 불만을 가진 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1심 결과가 나온 이후 민주당 대응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대권 후보 중 한 명인 당 대표가 법원 판결을 강하게 부정하는 발언을 하면 법질서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사법부를 부정하면 대한민국 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약될 수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이 대표 무죄로 입장을 정한 만큼 법원이 유죄 판격을 해도 받아들일리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강경한 목소리를 말릴 이들이 마땅치 않은 당의 ‘일극체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 대표 지키기 총력전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의 활로가 될 수도 있는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 부부의 각종 의혹들로 민심이 바닥을 친 상황에 여권이 기댈 곳은 오직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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