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전 회장 등 대법 상고심 선고 후 진행하기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또 다른 핵심 공범인 전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씨가 12일 열린 항소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2차 주포 김모씨, 전주 역할을 한 손모씨 등에 대한 상고심 선고 결과를 보고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홍지영)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민씨에 대한 첫 항소심 재판을 열었다.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민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김건희 여사 명의의 증권계좌 인출액과 잔액, 매각 주식 수량 등을 담은 ‘김건희 파일’을 만들어 시세조종에 이용했다고 알려졌다. 민씨는 수사 당시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체포돼 권 전 회장 등과 별도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민씨의 1심 판결문에서 김 여사는 모두 32번 등장한다. 1심 재판부는 민씨와 주요 연락망 중 한 명인 2차 주포 김씨가 검찰에서 김 여사를 수차례 거론하며 주식 매도거래가 이뤄졌다고 설명한 진술을 인정했다. 2011년 1월 범행에 활용한 김 여사의 DS증권 계좌를 김씨가 관리했고, 2010년 11월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통해 이뤄진 매도주문 거래가 “통정매매(서로 짜고 매매하는 행위)가 맞다”는 진술 등이다. 또 1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직접 관리한 대신증권 계좌 역시 주가조작에 활용됐고, 민씨가 이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날 “1심 판결 중 면소 등 일부 법리 오해가 있고 개별 계좌 판단과 일부 개별 통정거래 행위 등 판단에 사실오인이 있다”며 “양형도 부당하다”고 항소이유를 짧게 설명했다. 이에 민씨 측 변호인은 “민씨는 피고인 이종호와 권오수, 김씨 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한 사실이 없고 시세조종 등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민씨는 투자담당 직원이자 임원으로서 통상적인 투자업무 관리 차원에서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양측은 항소심에서 추가로 증거조사나 증인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에 계류된 권 전 회장 등 사건의 주요쟁점이 이 사건과 대부분 중복된다”며 “상고심 결과를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양측이 동의하면서 민씨의 항소심은 권 전 회장 등의 상고심 선고 이후 진행하기로 했다. 권 전 회장 등은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민씨 측 변호인은 변론 이후 기자와 만나 “1심 판결문에 마치 민씨가 관여한 것처럼 돼 있는 계좌들이 있어서 그걸 다투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민씨가 기소돼 유죄가 나온 것과 비교해 김 여사가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데 대해선 “저희와 연관이 없어 특별히 언급할 만한 입장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고검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기록에 대한 재검토 중이다. 고검은 사건기록을 재검토하면서 중앙지검 수사 과정에 미진한 부분이 있는지, 추가로 조사할 사항이 있는지 등을 파악해 재기수사 명령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