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완화’ 정부 세법 개정안 “세수 감소·부 재분배 기능 약화”

김윤나영 기자

국회 기재위 ‘증여세법’ 보고서

재벌 등 ‘부자 감세’ 제동 걸어

상속세 공제를 과도하게 늘리면 “세수가 감소하고 부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국회 분석이 나왔다. 대기업 총수들이 주요 대상인 현행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에 대해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 제도가 “실질과세 원칙에 부합한다”며 폐지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도 제시됐다. 상속세를 완화하려는 정부 세법 개정안에 국회가 제동을 건 모습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이 12일 여야 의원들에게 제출한 ‘조세분야 법률안 검토보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 보고서를 보면,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상속세는 여전히 부유한 일부(2023년 기준 전체 피상속인 중 6.8%)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상속 공제를 과도하게 늘리는 경우 세수 감소의 확대와 함께 부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을 자녀 1인당 5000만원에서 10배인 5억원으로 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안은 한 자녀 가구엔 기초공제 2억원과 합산해 7억원, 두 자녀 가구엔 12억원, 네 자녀 가구엔 22억원의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보고서는 “출산·양육 확대를 위한 다자녀 우대라는 정책수단이 상속세를 부담하는 부유층에게만 적용되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려는 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현재 대기업 최대주주는 보유 주식을 상속받을 때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보고 주식 가치의 20%를 할증해 상속세를 내게 돼 있는데, 정부는 이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최대주주 등의 보유 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일반 주식보다 할증해 평가하는 것이 실질과세 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수도권의 기회발전특구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 2세 경영인에게는 상속세를 면제해주기로 한 정부의 가업상속 제도 개편안에 대해 보고서는 “기업 이전을 얼마나 촉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책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정부안의 세제 혜택은 연 매출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상속세 공제한도 600억원이 부족할 정도로 가업 자산 규모가 큰 상속인에게 집중된다면서 “상속재산의 공제 한도를 무한대로 설정해 고액 자산가에게 과도한 특혜를 부여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측면에서 봐도 “최대주주인 대표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업 이전이 이뤄질 수 있고, 기업의 이전비용, 경영의 비효율성 등은 다른 주주가 함께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인하하는 정부 세법 개정안을 두고는 “이른바 ‘부자 감세’로 보일 소지가 있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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