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전략적 동반자 관계
러시아 이어 북한도 비준
“양국 비준서 교환 후 발효”
트럼프 취임 이전 ‘제도화’
북, 러에 파병 효과 높이고
러, 미와 협상 전 지원 확보
북한이 지난 6월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했다. 앞서 러시아도 조약을 비준했다. 북·러가 비준서를 교환하면 조약은 효력을 갖게 된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무위원장 정령(법령)으로 비준됐다”며 “국가수반은 2024년 11월11일 정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약을 비준하고 이를 법령 형식으로 발표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이 북·러 조약을 직접 비준했다는 건 북한이 이 조약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러시아가 조약을 비준한 사실도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말부터 러시아 하원·상원은 조약 비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데 이어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비준안에 서명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이달 초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 등을 만난 자리에서 관련 논의가 오갔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북·러 조약 발효를 위해서는 양측이 비준서를 교환하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게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양측이 대사관을 통해 교환할 수 있고,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만나 교환 행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19일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이 조약을 체결했다. 북·러가 이 조약을 최근 비준한 것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위한 법적 정당성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약 4조는 북·러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놓이면 다른 쪽이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원조를 제공토록 규정하고 있다. 북·러가 비준서 교환을 계기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화한 뒤,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러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 비준 절차를 마무리한 점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후 종전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북·러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접근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북·러 조약을 제도화하고 파병의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도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협상 국면이 도래하기 전에 쿠르스크에 대한 회복과 북한의 안정적인 파병 지원 등을 확보하기 위해 조속한 비준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북·러가 이번에 비준한 조약에는 기존 ‘조·러(북·러) 친선·선린 협조에 관한 조약’에 담겼던 ‘한반도 통일’과 관련한 조항이 빠졌다.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설정한 북한의 입장을 러시아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노동신문이 조약 비준 사실을 알리면서 ‘국무위원장 정령’이라는 표현을 새롭게 사용해 눈에 띈다. 북한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이나 ‘국무위원회 정령’이라는 용어를 써왔다. 홍 위원은 “북한이 지난 10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수정해 국무위원장 등의 임무·권한과 조약의 비준·폐기 관련 규정 등을 정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새로운 형태의 지시”라며 “어떤 의미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