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제 ‘직거래’ 염두 둔 듯
새로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고 정부 당국자가 12일 밝혔다. 북·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면서 한국의 안보 이익에 반하는 결과가 도출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요한 건 우리 주도로,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미 대화 여부가 확실하지 않고, 모든 게 불확실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톤다운’ 방식으로 직거래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또 북·미가 협상 의제를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으로 설정할 가능성에 대해선 “(현실화할 경우) 비핵화 협상 기회가 줄어들면서 마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처럼 비치는 측면이 있지만, 실제 정책이 움직이는 건 다른 이야기”라며 “한·미의 정책 목표가 비핵화에서 핵군축으로 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리더십 스타일은 불확실성을 높여서 협상력의 우위를 키우는 게 기본 전략”이라며 비용 측면에서 한국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미가 작은 뉘앙스의 차이 없이 (의견이) 일치하면 이를 행동으로 빠르게 옮길 수 있고, 현재 행정부보다 (진행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북·러가 최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한 데 대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상당히 개연성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조약 자체보다 북·러 군사협력을 즉각 멈추고, 북한군 파병을 철수하라는 기본 입장 아래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러 밀착에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자 하는 중국 입장을 우리 쪽에 유리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놓고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면서도 “한·미 동맹은 굳건하게 유지·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