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력 커진 백일해…13년 만에 국내 첫 사망

이혜인 기자

코로나로 주기 건너뛰고 재유행

접종 대상 아닌 2개월 영아 숨져

올해 백일해가 크게 유행하면서 국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백일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일해로 입원 치료를 받던 생후 2개월 미만 영아가 지난 4일 사망했다. 이 영아는 기침, 가래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으며, 지난달 31일 백일해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증상이 악화됐다. 이 영아는 생후 2개월 무렵 실시하는 백일해 1차 예방접종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상태였다.

질병청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11년부터 백일해 사망자 수를 집계하고 있다. 국내에서 백일해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균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이름은 100일 동안 기침(해·咳)을 할 정도로 증상이 오래간다는 데서 유래했다. 잠복기는 4~21일(평균 7~10일)이며 주요 증상은 발작적인 기침과 ‘웁’ 하는 숨소리를 보이는 것이다.

올해 백일해는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다. 11월 첫째 주 기준으로 환자(의사환자 포함) 수는 총 3만332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보면 13~19세가 45.7%(1만3866명), 7~12세가 42.0%(1만2725명)로, 아동·청소년에 해당하는 7~19세가 전체의 87.7%(2만6591명)를 차지했다.

0~6세의 경우 전체 환자의 3.3%(1008명) 수준이지만 8월 이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국 환자 3만명 넘어 ‘폭증’…아동·청소년이 88%
국내 백일해 첫 사망

최근 4주간 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 10월 둘째 주 86명이던 0~6세 환자는 10월 넷째 주에는 120명까지 늘었다. 1세 미만 영아도 10월 초에는 주당 2~4명의 추이를 보였지만 10월 말에는 12명까지 늘어났다.

특히 올해 백일해 유행은 연도별로도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환자 수는 직전 유행 시기인 2018년(980명)의 30.8배에 이른다.

해외에서도 백일해가 확산하고 있다. 영국은 올해 9월까지 환자 1만3952명이 발생했으며, 영아 10명이 사망했다.

프랑스에서는 올해만 13만명이 넘는 환자가 나왔고, 소아 22명·성인 13명 등 총 35명이 숨졌다. 미국도 올해 2만2273명의 환자가 보고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4840명)과 비교하면 4.6배 규모다.

백일해는 코로나19 발생 당시 호흡기 감염병 유행 주기를 한 차례 건너뛴 뒤 올해 재유행하면서 규모도 커졌다. 통상 백일해는 3~5년을 주기로 확산한다. 2018년 유행 후 2021~2022년에 유행했어야 하는데,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로 주기를 건너뛰면서 감염 규모도 커진 것이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법이 발전해 많은 환자를 찾아낼 수 있게 된 것도 환자 수 폭증의 원인 중 하나다. 예전 같으면 감기로 지나치고 세균성 감염병 진단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환자들도 통계에 잡히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빠른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접종을 제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일해는 백신(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DTaP)으로 예방할 수 있다. 생후 2·4·6개월에 예방접종이 실시된다. 생후 15~18개월, 4~6세, 11~12세, 10년마다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

질병청은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1세 미만 영아, 만성폐질환 등 고위험군, 영아 돌봄 종사자, 65세 이상 성인, 임신부(3기)는 특히 백일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상대적으로 적기 접종률이 낮은 11~12세(6차 접종 대상)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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