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가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데다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로 발돋움한 BYD의 국내 상륙이 임박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봉착했다.
가뜩이나 자동차 관세 인상에 따른 대미 수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차량이 몰려오면 안방 점유율마저 잠식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BYD코리아는 13일 “국내 시장에 승용차 브랜드 출시를 위한 검토를 완료하고 승용차 브랜드의 국내 출시를 공식화한다”고 밝혔다.
브랜드의 공식 출범 시기는 내년 초로 잡았다. 현재 지역별 판매·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인력 채용, 차량 인증, 마케팅 계획, 직원 교육 등 준비 과정에 있다고 BYD코리아는 설명했다. 도이치모터스와 삼천리, 그리고 중국 최대 자동차 유통그룹인 하모니오토의 한국법인이 국내 판매를 나눠 맡는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사업 부문 대표는 “국내 소비자의 엄격한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갖춘 임직원들, 파트너사와 심도 있는 검토를 전개했다”며 “글로벌 성공 경험에다 뛰어난 품질과 기술력을 더해 한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 처음 들여올 구체적인 모델은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토3나 중형 세단인 ‘실(SEAL)’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BYD코리아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전기 지게차·버스·트럭 등 상용차 사업을 펼쳐왔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량 302만대를 달성했고, 올해 3분기까지 지난해 동기보다 18.94% 증가한 매출(693억달러·약 97조6000억원)을 올렸다.
국내 상륙을 예고한 BYD 승용차의 파괴력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지 업계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소비자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9월 국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BYD는 ‘중국 전기차가 국내에 출시됐을 때 구입을 고려할 브랜드’와 ‘국내 전기차에 위협이 되는 브랜드’에서 모두 1위로 꼽혔다.
BYD는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아토3와 실 등은 중국 현지 가격이 1000만∼2000만원대로,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여기에다 8%가량의 관세와 국내 전기차 보조금 등을 고려하면 2000만원 후반대에서 3000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산 저가 전기차인 현대차 코나EV, 기아 니로EV·EV3보다도 500만∼700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에 공식 지명되면서 트럼프라는 권력을 확실히 등에 업은 테슬라의 약진도 국내 완성차 업계엔 위협적인 요소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안방에선 중국산 전기차와 점유율 경쟁을, 북미 시장에선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형 자동차로의 전환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수행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