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5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승리한 지 1주일 만에 2기 행정부 요직에 충성파를 대거 기용하면서 재집권 플랜을 속도감 있게 가동하고 있다. 특히 1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발탁하며 연방정부와 관료제에 대대적인 후폭풍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13일 자신을 백악관에 초청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하면 정권 인수작업은 더욱 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하루에만 정부효율부 수장 인선을 포함해 8건의 행정부 고위직 인사 지명을 발표했다. 주방위군 출신 보수 논객인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를 국방장관에 지명하고, ‘반이민’ 강경파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국토안보장관에 지명했다. 또 최측근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했다. 충성파 인사들을 대선 핵심 공약인 국경·이민 문제를 다룰 자리와 외교·안보 진용에 전진 배치하는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또한 중동 특사에는 유대계 부동산 사업가이자 골프 친구인 스티브 위트코프, 주이스라엘 대사에는 오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옹호하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지명했다.
이들의 발탁은 트럼프 2기의 가장 중요한 인선 기준이 업무 관련성이나 전문성이 아닌 충성심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 핵심 보직에 포진하게 된 충성파 인사들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 대전환을 위한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가 공화당 후원자 등과의 비공개 모임에서 “정부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기는 재임기 4년이 아니라 다음 중간선거까지인 2년”이라며 정책 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와일스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당일 바이든 정부가 취소했던 행정명령 몇 개를 다시 시행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국정 각 분야에서 의회 인준이 필요 없는 ‘차르’ 임명이 거론되는 것도 속도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경 차르’에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을 임명했다. 또한 에너지 담당 차르에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보건 담당 차르에는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 차르’에는 1기 시절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역 차르는 상무부·USTR 등을 아우르며 무역 정책 전반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국 고율 관세, 보편관세 등의 공약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가 관세를 포함해 2기 출범 첫 100일 동안의 무역 관련 조치를 구상하고 있다면서 “1기 때보다 더욱 보호주의적인 경제 의제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본래 ‘러시아 황제’를 뜻하는 차르는 미국 정치권에서는 특정 정책과 관련한 임무를 총괄하는 행정부 고위직을 지칭한다.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 자동차, 에너지·환경, 보건 담당 차르를 따로 뒀는데, 의회의 견제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