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앞두고 외교 능력 시험대 오른 윤석열 정부

박순봉 기자    유새슬 기자

윤석열 정부가 ‘트럼프 2기’를 맞아 외교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에 올랐다. 자국 중심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어떻게 국익을 지켜내느냐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온 한·미 동맹, 대북 강경 대응 기조도 트럼프 2기에선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빠른 만남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14~21일로 예정된 페루·브라질 순방 일정 중에 트럼프 당선인과 만남이 성사되면 귀국을 미룰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골프 애호가인 트럼프 당선인과 만남을 대비해 골프 연습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이어온 긴밀한 한·미관계를 트럼프 체제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 복원을 최대 성과 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은 한·미 동맹을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힘을 가질 수 있는 근간이라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 중 1위는 외교·안보 분야다. 보수층에선 윤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을 상대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점수를 주고 있다. 지난 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17%로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는 이유 1위는 외교(23%)였다. 2위 경제/민생 분야(9%)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외교는 낮은 지지율 상황을 그나마 유지시켜주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맞이할 트럼프 2기는 윤석열 정부엔 위기이자 시험대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외교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 우선주의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MAGA)’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에는 윤 대통령에게 첫 번째 과제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안겨줄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때는 50억달러(약 7조280억원)로, 최근에는 100억달러(14조560억원)로 분담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와 합의한 2026년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한국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북한과의 관계도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과 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북한을 고립시키고 강경책으로 일관해왔던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혼선이 올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북한과 직접 거래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한국 패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한범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은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 모든 것을 부정하기 때문에 바이든과 협상한 건 ‘모두 무효다’라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이 됐든 누가 됐든 압박해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김정은과의 만남도 성공을 하든 안 하든 일단 시도는 할 것이라고 본다”며 “만약에 (북한과의) 협상이 이루어지면 이번에는 한국은 확실하게 배제된다. 김정은 입장에서도 한국이 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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