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위기’ 채 상병 사건···검찰·공수처 뒤늦게 수사 속도, 올해 안에 윤곽 나올까

강연주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10월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공판 출석 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10월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공판 출석 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과 수사외압 의혹 수사 속도가 뒤늦게 붙고 있다. 검찰은 이달 중에 사망사건 관련 피의자 일부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수사팀을 보강한 데 이어 수사외압 관련자 조사를 재개할 전망이다. 사실상 소강 상태에 빠졌던 수사가 재개되는 것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전체 윤곽이 잡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검은 채 상병 사망사건 관련 주요 관계자 조사를 이달 중에 대부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검찰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7여단장, 포7·포11대대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하고 압수물에 대한 포렌식 분석도 대부분 끝냈다. 포7·포11대대장 측과는 이달 말로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7대대장은 채 상병의 직속상관이었고, 포11대대장은 선임 대대장이었다.

검찰은 이미 사건 관계자 수십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경찰 수사결과에 대해 사실상 재수사를 벌였다. 앞서 경북경찰청은 주요 피의자였던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 처분했고, 이에 채 상병 유족은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검찰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느냐에 따라 야당이 재추진하는 특별검사법 처리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최근 수사팀 인원을 7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등 재정비에 나섰다. 공수처는 경찰청에 포렌식을 맡긴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를 돌려 받은 이후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추가 포렌식 조사 등을 재개할 방침이다. 공수처 안에서는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르면 이달부터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월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이 제기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 이후 약 넉 달 동안 관계자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공수처는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대한 통신내역 분석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사건 1심 재판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중앙군사법원은 오는 21일 박 대령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사망사건을 조사한 기록 일체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의 지시를 어긴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다음달 중으로 1심 선고가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김 사령관의 채 상병 수사기록 이첩 보류 지시가 정당했는지 등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수사와 재판을 통해 올해 안에 채 상병 사망사건을 둘러싼 1차 판단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외압 관여를 비롯한 핵심 의혹이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기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공수처 안팎에서는 대통령실 등 윗선의 수사외압 의혹을 밝히는 데 회의적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공수처 수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공수처의 사건 관계인 조사에서 대통령실의 수사외압 정황을 입증할 만한 뚜렷한 진술이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도 여전히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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