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은 치솟고 있다. 내수가 얼어붙고 고용도 한파다. 관세 장벽과 보호무역주의로 특징된 ‘트럼프 쇼크’가 가시화하면서 내년 전망은 더 암울하다. 하지만 내우외환에 처한 한국 경제를 구할 정부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10%대 지지율로 국정동력을 상실한 정부 정책이 리스크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에 마감했다.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 때보다 낮은 수치다. 코스닥은 2.94% 하락한 689.65에 장을 마쳐 700선이 무너졌다.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10원선을 넘기며 2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높여 물가 불안을 자극한다. 이날 발표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15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기보다 8만3000명 증가에 그쳐 4개월 만에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내수기업 매출액도 코로나 사태 후 4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닥칠 것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의 바로미터이고, 주식 시장은 미래를 선반영해 움직인다. 우리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증표인 것이다. 이 난국을 ‘트럼프 쇼크’라는 대외충격파 하나만으론 설명할 수 없다. 우리와 경제·산업 구조가 비슷한 일본과 대만 증시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결국 시장은 정부가 지금 경제 위기 상황을 돌파할 능력을 가졌는지에 더 큰 의문을 갖고 있는 셈이다. 부자감세로 세수 기반이 무너지면서 국가 재정이 흔들려 있고, 역대급 ‘세수 펑크’를 메우려 외국환평형기금까지 끌어다 쓰고 있다. 위기는 앞에 있고 전방위로 번져가는데 정부는 눈감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 이상 말만 앞선 건전재정과 자유시장이라는 이념적 정책 운용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우리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은 시장 불신만 키울 뿐이다.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해 적극 내수 활성화에 써야 한다. 증시 역시 공매도 금지, 금투세 폐지 같은 대증요법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LG엔솔·카카오페이 식의 인적 분할 후 쪼개기 상장처럼 주주가치 훼손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불신이 쌓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선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