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하얀 눈덩이가 정말 지구?…수억년 전 ‘고강도 빙하기’ 증거 찾았다

콜로라도서 빙하에 짓눌려 형성된 사암 발견

현재는 중위도 위치…약 7억년 전에는 적도

지구 전체 강력 빙하기였다는 지질학적 증거

지름으로부터 약 7억2000만~6억3500만년 사이 지구의 상상도. 표면 전체가 빙하로 덮여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진이 콜로라도주에 소재한 산인 ‘파이크스 피크’에서 발견한 사암. 빙하에 짓눌려 형성된 흔적이 발견됐다.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진 제공

지금으로부터 약 7억년 전에는 지구가 눈과 얼음으로 하얗게 뒤덮인 이른바 ‘스노볼(snowball)’이었다는 증거가 미국에서 발견됐다. 스노볼은 극지방은 물론 중위도와 적도까지 완전히 얼어붙은 지구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동안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가능성으로만 제기돼왔지만 스노볼의 특징을 품은 암석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가 지구 기후의 변천을 규명할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 등은 미 콜로라도 볼더대와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캠퍼스 등에 소속된 연구진이 눈과 얼음으로 이뤄진 빙하가 수억년 전 지구 전체를 뒤덮은 적이 있다는 증거를 찾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지질학계에서는 지구가 지금으로부터 약 7억2000만~6억3500만년 사이에 엄청난 추위를 겪었을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인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구가 수㎞ 두께의 빙하로 뒤덮였다는 추론이다. 지질학계에서는 빙하로 덮여 표면 전체가 하얗게 변한 지구를 스노볼이라고 부른다.

지구가 스노볼이 된 적이 있다는 견해는 제한적인 지질 조사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온 것인데, 지금까지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증거란 암석에 남은 스노볼의 흔적을 뜻한다.

그런데 연구진은 이번에 그 증거를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높이 4300ｍ짜리 산인 ‘파이크스 피크’의 땅 위에 노출된 사암이었다. 연구진은 이 사암에 레이저를 쏴 형성 시점이 약 7억년 전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추가 분석을 통해 이 사암이 매우 무거운 빙하에 짓눌린 모래가 뭉쳐져 만들어졌다는 결과까지 얻어냈다.

지표면의 위치와 형태가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한다는 판구조론에 따르면 현재 중위도에 있는 콜로라도주는 약 7억년 전에는 적도에 있던 땅이었다. 적도는 지구에서 태양의 열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다. 적도마저 빙하에 점령됐다면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였다는 뜻이 된다.

연구진은 “지구 최초의 다세포 생물은 지구가 스노볼 상태를 벗어난 직후 바다에서 출현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구 환경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왔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