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하루 전인 지난 13일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 가은씨를 응원하고 있다. 좌측부터 혈액내과 민기준 교수, 신지선 간호사, 윤선희 간호사. 서울 성모병원 제공
갑작스런 암 진단으로 병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학생이 있다.
2025학년도 수능을 이틀 앞두고 갑작스러운 혈액암을 진단받은 수험생 가은씨(19·가명)가 14일 서울성모병원 입원실에서 수능에 도전했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경남에 사는 가은씨는 기침이 멈추지 않아 동네 병·의원을 거쳐 이곳을 찾았다가 지난 12일 혈액암의 일종인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림프종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혈액암으로, 림프계 조직에 있는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하는 종양이다.
가은씨는 올해 꼭 시험을 치르고 싶었지만, 감염 위험으로 의료진이 허용할 수 있는 외출 시간은 단 하루였다. 입원 중인 서울성모병원에서 집인 경남까지 다녀오기는 불가능했다. 갑작스러운 암 진단으로 치열하게 준비한 시험까지 포기해야 할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의료진들이 나섰다.
윤선희 서울성모병원 간호사는 “시험을 못 보면 딸이 희망을 잃어버릴 것 같다”는 보호자 눈물에 몇 해 전에도 환자가 병원에서 수능을 본 일을 떠올리고 이를 병원에 알렸다. 병원과 교육청은 관련 규정과 행정 절차에 따라 곧바로 가은씨가 시험을 볼 독립 병실, 감독관 회의실 등을 준비하고 시행 계획을 세웠다. 가은씨는 언어에 관심이 많아 외국어 교육 특화 대학교에 진학하려고 고등학교 졸업 후 1년을 더 준비해왔다.
의료진은 항암치료 어려움을 감안해 수능 전까지 가은씨가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응시가 끝나면 곧바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가은씨는 평소에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 충실하게 생활해왔다. 대학 입학 후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대학교 축제에서 열리는 공연을 가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은씨는 병실에서 최선을 다해 수능을 치르고 있다. 주치의인 민기준 혈액내과 교수는 “어려운 상황에도 꿈을 위해 시험에 도전하는 가은이를 응원한다”며 “시험 후 치료도 잘 마쳐 원하는 대학의 건강한 새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