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배우자 등에게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박정호)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선거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인사들과 모임을 했다”면서 “범행 경위와 수단, 그 방법에 비추어 보면 선거의 공정성, 투명성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보이는 점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제공된 금품이나 이익이 경미하고 직접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배모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와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배씨가 단독으로 벌인 행위라는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배씨는 앞서 법정에서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고, 자신이 알아서 판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배씨가 피고인을 위해 했던 정치적 행위의 내용들이나 그 기간을 보면 배씨가 자신의 독자적인 이익만을 위해 그렇게 행동했을 동기와 유인이 구체적이지 않다”면서 “배씨가 피고인의 묵인 또는 용인 아래 기부행위를 한 것이고 이런 것은 결국 피고인과의 암묵적인 의사 결합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2022년 9월9일)를 하루 앞두고 배씨만 기소했다. 김씨에 대해선 추가 수사를 한 뒤 따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소송조건이 결여돼 소송을 종결함)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와 배씨의 공범 관계가 인정되면서 이같은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공범 1인에 대한 공소가 제기되면 다른 공범자들에게 효력을 미쳐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김씨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서는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갔느냐” “말도 안된다” 등의 항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김씨 측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추론에 의한 유죄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김씨의 배씨의 공모관계, 법인카드 유용 사실 중 일부 등을 입증해낸 검찰은 이 사건 본류 격인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2018∼2019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와 부인 김씨가 배씨 등에게 샌드위치, 과일 등 음식값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등 경기도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김씨를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별도 입장을 내고 “재판부가 피고인이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대금이 결제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피고인 본인이 곧 수익자이므로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면서 “경선 당시 피고인이 가진 여러 차례 모임에서 경기도 법인카드가 사용된 사실, 피고인 자택에 배달된 과일과 샌드위치를 경기도에서 일괄 결제한 사실, 포장음식은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실도 확인했다”며 본안 사건에도 이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앞서 이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및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3명에게 총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로 기소됐다.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는 범행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배씨에게 시키지 않았지만 제가 생각해도 그 상황이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정치인의 아내로서 조그마한 사건도 만들지 않겠다. 저를 보좌하시는 분들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행동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