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세요🎶 이제 수능한파 아닌 ‘수능 모기’🦟 걱정해야 한답니다

강한들 기자    김송이 기자
현미경으로 본 큰검정들모기. 김동건 삼육대 교수 연구실 제공.

현미경으로 본 큰검정들모기. 김동건 삼육대 교수 연구실 제공.

예전이라면 ‘한파’를 걱정해야 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날.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지원씨(28)는 겨울 초입인 11월 중순이지만 아직도 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전자 모기향에 전원을 넣는 것이다. 김씨는 가족과 함께 있어도 먼저 물리는 이른바 ‘모기 맛집’인 사람이다. 지난 13일 카페에 있는 동안에도 발가락·손가락을 포함해 총 네 곳을 물렸다. 김씨가 수능시험을 본 건 10년 전인 2014년 부산에서였다. 그는 “추워서 패딩 입고 시험장에 갔었고, 끝나고선 뜨거운 음식이 먹고 싶어 찜닭을 먹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런데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시행된 올해 11월은 달랐다. “날파리야 뭐야, 모기가 왜 이렇게 많아!”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 수능 응시생들은 날파리처럼 날아다니는 모기를 손으로 쳐내며 시험장에 들어섰다. 기자가 여의도여고 앞에 머무는 2시간 동안 잡은 모기만 8마리였다. 선배들을 응원하러 온 홍지영양(17)은 “핫팩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뭔가 이상하다”며 “시험장 앞에 특히 모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지원씨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전기 모기향을 켜고 있다. 김씨 제공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지원씨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전기 모기향을 켜고 있다. 김씨 제공

‘여름 모기’ 대신 ‘수능 모기’?

모기 밀도가 높아지는 시기가 여름에서 가을로 변화한 것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주거지 근처의 공원·산책로 등에 모기 유인기를 설치해 모기를 채집해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공개하고 있다. 데이터를 보면 2008년에는 7월에 4699마리가 채집돼 한 해 중 가장 많았다. 이후 서서히 줄어 11월에는 일주일에 100~300마리 정도만 채집됐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 6~9월까지 2000~3000마리 정도로 비슷한 추세였다가 10월에 5087마리로 폭증했다. 11월에도 비슷한 추세로 많이 잡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가을이 모기가 살기에 ‘최적’인 계절이 돼 버렸다고 입을 모았다. 모기는 기온이 섭씨 12도 아래로 내려가면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35도를 넘어가도 체온을 낮추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해 활동이 줄어든다. 유충이 자라기 위해 비가 온 뒤 물웅덩이가 여럿 생기는 것도 중요하다. 늦가을까지도 포근하고 가을비도 내리면서 11월까지 모기 밀도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체감하기로는 기온이 다소 떨어지는 11월쯤에 모기가 더 많다고 느낄 수 있다. 배연재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바깥이 점차 추워지면서 실내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늦가을에 시민 불편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실내는 따뜻하니 모기가 활동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에 지난 9월 10일 모기유인기가 설치돼 있다. 김동건 삼육대 교수 연구실 제공.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에 지난 9월 10일 모기유인기가 설치돼 있다. 김동건 삼육대 교수 연구실 제공.

지난해 10월 27일 용산구 보광동의 한 상가 술집 입구 옆 모퉁이에 모기향을 피운 흔적이 있다. 이예슬 기자

지난해 10월 27일 용산구 보광동의 한 상가 술집 입구 옆 모퉁이에 모기향을 피운 흔적이 있다. 이예슬 기자

10월까지인 모기 예보, 늘려야 하나

모기는 병을 옮긴다. 병에 걸린 사람을 문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어서 병이 옮는 때도 있고, 모기와 사람에 공통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 때문에 병이 옮기도 한다. 서울시 등에서 모기를 주기적으로 조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감염병 매개 모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특히 일본 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 등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더운 저위도 지역에 사는 모기들이 한국에 들어와 생존할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올해 서울시의 모기 예보는 10월까지만 운영됐다. 모기 예보를 맡아 운영하는 김동건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생태학 전공)는 “기후변화는 열대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범위·기간을 늘릴 수 있고, 모기가 옮긴 질병도 토착화될 수 있다”며 “모기 채집 기간을 늘리고, 예보도 11월까지로 늘리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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