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2022년 6·1 지방선거 때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과 경북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원칙이나 철학이 아니라 사람별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더라”고 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2022년 재·보선, 지방선거 공천개입 의혹은 김영선 전 의원, 안철수 의원 건에 이어 4건으로 늘었다. 이 의원은 “‘오빠’가 사고 친 게 한두 개냐”고도 했다. 지금까지 나온 공천개입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전화로 윤 대통령이 얘기했다”며 “강서구청장 공천은 당협위원장 셋 다 (김태우 공천에) 반대하는 상황이고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그러니까 ‘아니 그 사람들 맨날 지고 이러면 민주당 돕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포항시장 공천을 두고도 “‘원래 공천은 당협위원장 의견도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고 얘기했다”며 “대통령 당선인이 역정 내면서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강서구청장 후보는 결국 김 전 구청장이 됐고, 포항시장 후보는 당이 반대해 윤 대통령 뜻과 달리 이강덕 시장이 됐다는 게 이 의원 설명이다.

이 의원은 여당 대표로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총괄했다. 당시 윤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했다는 이 의원의 증언은 단순한 의혹 제기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김태우 전 구청장은 공무상 비밀누설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공천받아 당선됐다가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해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했고, 김 전 구청장은 지난해 자신의 구청장직 상실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가 참패했다. 이 대표 증언은 이런 비상식적 의사결정 배후가 ‘윤심’이었다고 해석하기에 족하다.

이 의원의 폭로는 ‘명태균 게이트’ 불똥이 자신에게 튀기 시작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당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공천개입 문제를 간보듯 흘리는 건 이 대표가 표방하는 새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 대표가 아는 공천개입 의혹의 전모를 가감 없이 밝히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이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구속한 창원지검도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윤 대통령이 의혹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도 ‘김건희 특검’을 거부한다면 자기 수사를 막기 위한 거부권 남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