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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 개악으로 허물어지는 울타리

입력 2024.11.17 21:26

수정 2024.11.1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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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그중에서도 1종의 의료급여를 받는 이들은 매달 6000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받는다. 이는 가상의 포인트처럼 지급되는데, 병원이 청구한 진료비를 건강생활유지비에서 우선 차감하는 식이다. 포인트를 다 쓰면 현금으로 내야 하고, 사용하지 않은 돈이 있으면 나중에 돌려준다.

처음 의료급여 환자가 된 이들은 갑자기 들어온 이 돈은 뭔지, 어떨 때는 왜 들어오지 않는지 의아해한다. 좀 더 오래 수급자였거나 제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병원에 안 가면 잘했다고 돌려주는 거야. 돈 아꼈다고.”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 엄마가 가끔 하는, 내가 정말 듣기 싫어하는 말을 떠올린다. 나이 들어서 너네한테 짐 되면 안 되는데.

건강생활유지비는 2007년, 의료급여 환자들에 대한 본인부담금과 함께 처음 도입됐다.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급여 환자들이 병원에 자주 간다며 1000원, 혹은 2000원의 진료비를 부과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비판을 의식해 6000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이는 본인부담금 도입이라는 잘못된 변화를 결코 상쇄하지 않았다. ‘가급적 병원에 가지 말 것’, ‘병원에 가는 것은 재정에 민폐’라는 메시지는 확고히 관철됐다.

사회보장제도를 해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경로는 여러 사회와 제도에서 비슷하게 반복된다. 가장 손쉬운 길은 제도의 수급자를 공격하는 것이다. 다음은 이 제도가 극소수만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그렇기 때문에 열악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한다. 제도의 수준이 실제 생활을 영위하기에 턱없이 부족해지면 제도의 의미도 실제 퇴색한다. 사회보장제도를 낙후시키는 전략이다. 의료급여를 지급하지만 실제 필요한 만큼 치료받을 수 있도록 두지는 않겠다는 것, 보건복지부의 정률제 도입이 낳을 효과다.

노화나 질병, 빈곤과 같은 누구나 한번쯤 겪을 일을 두고 스스로를 ‘짐’으로 인식하는 사회의 시민들은 불행하다. 게다가 한번 허물어진 제도는 더 쉽게 엉망이 된다. 무상이었던 수급자의 의료 이용에 정액의 요금을 도입한 보건복지부는 정률로 금액을 올리려 하고 있고, 이에 성공하면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수급자의 부담과 재정을 통제할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넘어 건강보험 환자들의 본인부담을 늘리는 조치들도 이어질 것이다. 그에 따라 우리가 스스로와 서로를 ‘짐’으로 여기는 것도, 그 무게도 기하급수 늘어날 것이다.

엄마는 나의 짐이 아니다. 나도 엄마의 짐이 아니길 빈다. 이 선언이 진짜 내 팔자가 되려면 사회보장제도를 허물려는 시도를 막고, 개인이 가진 각자의 운을 상쇄하는 장치를 가진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의료급여 개악을 멈춰라. 이 사회를 낙후시키는 보건복지부의 계획에 반대한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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