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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주술정치를 벗어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주술정치에 대한 걱정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를 염려하는 것은, 주술은 종교와 달리 목표의 합리성이나 수단의 윤리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의 뜻에 따라 이타적으로 살라고 하는 종교와 달리 주술은 신에 기대어 자기 개인, 가족 혹은 집단의 이익을 이기적으로 추구한다. 주술은 개별 이익을 좇기에 바쁠 뿐, 공동체의 선 따위는 안중에 없다. 종교가 보편주의라면 주술은 특수이익을 찾아다니는 개별주의다. 우리가 주술의 정치 지배를 경계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주술은 모든 인간의 심성에 존재하고 있으며 심지어 종교도 주술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종교가 보편적 가치로 사람들을 안내하지 않고 개인의 기복을 너무 강조하여 사회적 빈축, 비난을 사는 일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주술에 관심을 쏟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윤석열 부부의 주술을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윤석열 부부의 주술이 자기 욕망 실현을 넘어 타인의 행복과 불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동체의 결정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주술이 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석열 부부에 가해지는 주술정치 혐의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민은 처음에 그것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윤석열이 손바닥에 ‘王(왕)’자를 쓰고 나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저 실소했다. 어이없다는 정도였다. 이웃 할머니가 써줬다는, 거짓말로 보이는 변명을 할 때도 특별히 그것을 더 추궁하지 않았다. 주술이 심각한 걱정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은 부인 김건희의 녹취록이 나오면서였다. 김건희는 “나는 영적인 사람이고 도사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술적 능력을 자랑하는 그의 말이 심상치 않게 들렸던지 대통령 선거운동이 술렁술렁하였다. 윤 대통령 후보와 부인 김건희의 주술 선호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고 급기야 종교계에서도 주술의 정치를 경계하는 성명서가 나왔다. 기존 종교계가 걱정하는 바는 주술에는 도덕적 실천 합리성이 존재하지 않기에 주술이 정치를 지배하게 되면 정치가 타락한다는 것이었다.

불길한 짐작은 점차 현실이 되었다. 건진, 천공 등 주술 세계에서 거간을 자임하는 구체적 이름까지 등장했고 그들이 공적 영역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드러났다. 개별 욕구와 신을 연결하는 거간의 역할은 일종의 샤먼 같은 것인데 이들의 존재는 늘 실제보다 커보였으며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윤 대통령 부부의 주술 선호가 사회적 쟁점으로 불붙은 계기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었다. 윤 대통령이 느닷없이 용산에 집무실을 두겠다고 결정하였고 그 결정 배경에는 주술세계의 영향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나는 도사들과 친하고 무당들보다 한 수 위다. 영적이며 점도 본다”고 한 김건희의 말이 다시 소환되었고, ‘영적 대화 나누기를 즐긴다’는 대통령 부부의 무속 지향성이 간단치 않은 문제로 떠올랐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왜 그리 급하게 필요한지, 또 이전에 대한 공감과 동의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에 대한 대책 없이 허둥지둥 일이 진행되면 될수록 주술의 영향에 대한 추측이 늘어났다.

그 후 명태균이 윤석열, 김건희 부부를 가리켜 ‘눈먼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라고 했을 때 주술정치의 실재는 분명해졌다. 그동안 의심스러웠으나 확인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일들이 명료하게 드러났다.

물론 주술정치는 특별한 주술적 언술로만 수행되는 건 아니다. 정치의 이곳저곳에는 주술의 암호가 숨어있다. 가령,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이 강조했던 국정 지표가 ‘하면 된다’ 였는데, 이것이야말로 주술정치의 전형이었다. 발전국가 시대의 대표 구호인 이 말엔 무얼 어떻게 하는 게 좋다는 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목적의 합리성, 수단의 윤리성은 불문이다. 무슨 일이든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뤄내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다. 이것은 주술적 암호의 전형이라 하겠다. 목표가 정해지면 그것이 뭐든 물불 안 가리고 실현하자는 게 주술정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느닷없이 의대 정원을 2000명이나 늘리겠다고 한 일도 주술정치의 대표적 사례다. 왜 그런 목표가 정해졌는지는 설명 않고 그게 정당하건 말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거야말로 주술정치다.

주술정치는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는 요인이다. 음습한 주술정치의 늪에서 나와야 한다. 자기 생각에 대한 설명 능력과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주술의 정치 지배를 벗지 못하면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은 불가능해 보인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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