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횡령, 배임 등 혐의를 받는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왼쪽부터),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영배 큐텐 대표 등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검찰의 신병확보 시도가 또 불발됐다. 법원은 19일 “범죄성립 여부 및 그 경위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구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며 이번 사태 피해의 심각성, 통상적인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와의 사업 방식 차이 등을 강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넉 달에 걸친 검찰 수사는 구 대표 등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한 달 넘게 피해자들을 전수조사했다. 구 대표 등의 배임·횡령액도 추가 확인하는 등 강도 높은 보완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지난 14일 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대부분 중소상공인들인 피해자들은 재산상 손해뿐만 아니라 사업 부도, 가정 파괴 등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이 첫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 ‘e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 등을 언급하며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한 점에 주목하고 ‘티메프 사태는 통상의 e커머스 사업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구 대표 측이 내놓은 ‘상당 기간 적자를 감수하면서 판매량을 늘리고, 앞선 상품의 정산대금을 뒤에 판매된 상품의 정산대금으로 돌려막기 하는 티메프의 방식은 일반적인 업계 방식’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재청구한 영장에서 “구 대표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티메프를 인수해 거래규모를 인위적으로 늘려 확보한 정산용 보유자금을 위법·부당한 방법으로 유출해 큐텐을 연명시켰다”며 “티메프 등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큐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주는 위법한 방법으로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요건을 충족시키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남천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구 대표가 사기 의도를 갖고서 티메프를 인수했다는 검찰의 시각에 의문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산대금 당겨쓰기’에 대한 검찰과 티메프 측의 입장 차는 향후 재판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회사 자금 운용 등 경영에 대한 권한이 구 대표에게 있었다’며 미정산 사태 책임을 부인한 류광진·류화현 대표 주장은 일부 인정했다. 류광진 대표 측은 심문에서 법인통장, 인감, 공인인증서 등을 큐텐 측이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제 검찰 수사는 불구속기소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검찰은 큐텐그룹에서 자금·조직을 각각 관리한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 김효종 큐텐테크놀로지 대표와 마크 리 큐익스프레스 대표 등도 함께 불구속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말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지 넉 달 만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피해자들은 구속영장이 다시 기각되자 불만을 터트렸다. 피해자 단체인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입장문에서 “우리나라 법률제도가 상식적 범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이상한 법리적 논리로 강자인 기업인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며 “피해자 구제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