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며 안경을 추스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 명의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두고 당내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사자인 한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친윤석열(친윤)계뿐 아니라 중립지대 의원들 사이에서도 한 대표 가족이 실제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한 대표가 빨리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친한동훈(친한)계에선 한 대표 가족이 글을 올렸다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가 글을 올리지는 않았다면서도 가족 명의 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19일 게시판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지난 14일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 많다. (이런 일로) 없는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친한계는 당원들의 익명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한 대표 가족 명의 글에 대한 당무감사를 하지 않고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대표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을 두고 당내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친윤계에선 한 대표의 가족들이 연루됐다고 의심한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주의 파괴범이라고 김경수 복권을 반대하던 한 대표의 내로남불”이라며 “한 대표 가족들이 당원 게시판에서 여론조작한 행위는 민주주의 파괴 범죄 아닌가”라고 적었다. 김기현 의원은 SNS에 “한 대표 가족들이 본인이 쓴 댓글인지 아닌지 밝히기만 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중립지대 의원들도 한 대표에게 의혹 해소를 촉구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한 대표가 절대 가만히 있을 성격이 아닌데, 왜 이렇게 대응을 하나 하고 의원들이 다들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법(당원 익명성 보장) 핑계를 대지 말고 본인이 자발적으로 확인했어야 한다”며 “만약 가족이 연루됐다면 매도 먼저 맞고 가는 게 낫다”고 했다.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와 가족들이 안 했으면 명명백백히 밝혀서 빨리 털고 가는 것이 낫다”며 “가족들이 글을 썼든지, 가족들의 개인정보를 누군가에게 맡겼든지 등의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계도 한 대표 가족 명의 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렇다 해도 문제가 없다는 대응이 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JTBC에 출연해 “한 대표 가족이 썼다 해도 뭐가 문제가 되나”라고 말했다. 친한계는 한 대표 가족 명의의 글에는 기사를 링크했을 뿐이지 직접 윤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을 쓰지 않아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를 공격하는 친윤계의 불순한 의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한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친한계에선 한 대표가 가족들 문제까지 정쟁에 끌어들이길 원하지 않아 침묵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 되치기를 하기 위해 친윤계의 비판을 감내하고 있다는 분석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