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지연됐다며 당시 외교안보 고위직 인사들을 지난달 말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다. 대상은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이기헌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참여비서관(현 민주당 의원) 등 4명이며, 감사원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조만간 배당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결정한 사드 배치를 정식으로 하려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사드 배치 의사 결정을 감사하면서 이들이 2020년 5월29일 노후 사드 미사일 교체를 위한 한·미 공동작전 계획을 시민단체에 미리 알려준 것으로 파악했다. 그로 인해 주민들이 반입 저지 시위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들이 주한 중국대사관 무관에게 미사일 교체 작전명과 일시·내용 등을 사전 설명했고, 이 과정에서 2급 군사기밀이 유출됐다고 봤다.
외교안보 사안은 국내의 이해 관계와 상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때로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요구된다. 당시 성주 주민들은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파가 인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한령을 내렸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갈등을 해소하고, 악화된 한·중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하는 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런 본질은 제쳐두고 트집잡기 식으로 파헤치는 건 감사권 남용 아닌가. 또 외교 문제도 사법화하려는 게 국익을 위한 것인지 묻게 된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 정식 배치를 늦추려고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지난해 6월 당시 김기현 대표는 ‘철저한 감사’를 요구했고, 그 다음달 전직 군 장성들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 공익 감사를 청구하면서 이번 감사가 시작됐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월성 원전 감사에서 봤듯 정부·여당 압박,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윤석열 정부 정치감사 수순이 반복된 것이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5년을 탈탈 털었지만 대부분 무리한 감사로 판명났다. 반면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불법 의혹에 면죄부를 준 것처럼, 현 정부 사안엔 시간을 끌거나 ‘봐주기 감사’로 일관하고 있다. 감사원의 공정성·독립성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총체적 국정 난맥에 빠진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감찰할 생각 않고, 언제까지 정치보복 감사만 할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