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토트넘)의 날카로운 킬러 본능은 팔레스타인에도 통했다. 손흥민이 첫 패배의 위기에서 통산 A매치 51호골을 쏘아 올리면서 한국인 A매치 단독 득점 2위로 올라섰다.
홍명보 감독(55)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9일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6차전에서 손흥민의 동점골에 힘입어 팔레스타인과 1-1로 비겼다. 팔레스타인과 재차 비긴 한국은 4승2무(승점 14)로 1경기를 덜 치른 2위 요르단과 승점차를 6점으로 벌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인 팔레스타인(3무3패)은 3차예선에서 아직 1승도 없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한국(22위)을 상대로 묘한 상성을 자랑한다. 지난 9월 0-0으로 비긴 1차전 당시 투박하지만 거친 축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2개월 만에 다시 부딪친 리턴 매치에서도 이 같은 양상은 변함이 없었다.
한국이 압도적인 볼 점유율(74%)과 슈팅(15개)으로 팔레스타인 수비를 두드렸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먼저 골을 터뜨린 쪽도 팔레스타인이었다. 상대의 거친 압박에 수비에서 실수가 나온 게 문제였다. 중앙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이 상대 선수와 경합하다가 뒤로 넘긴 백패스가 너무 짧았다. 골키퍼 조현우(울산)가 재빨리 달려들었으나 자이드 쿤타르의 오른발 슛에 골문이 열리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국이 빠른 시간에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는 사실이다. 전반 16분 손흥민과 이재성(마인츠), 이명재(울산)가 합작한 작품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이명재가 넘긴 패스를 이재성이 논스톱으로 연결해 골문으로 침투하던 손흥민이 오른발 슛으로 반대편 골대 구석을 찔렀다. 손흥민은 이 득점으로 황선홍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50골)을 넘어 A매치 51골로 단독 2위로 올라서게 됐다.
또 손흥민은 올해 A매치에서만 10골을 넣으면서 자신의 한 해 최다골 기록(종전 2015년 9골)도 경신했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매섭게 팔레스타인의 수비를 두드렸다. 손흥민이 전반 30분 허를 찌리는 프리킥을 시도했고, 전반 37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도 논스톱 슈팅을 날렸다.
골운이 따르지 않은 게 아쉬웠다. 전반 종료 직전 코너킥 찬스에서 박용우(알아인)의 헤더슛이 골망을 갈랐으나 직전 반칙이 선언돼 인정받지 못했다. 후반 7분에는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발리슛이 골대를 때리고 말았다.
승리가 필요한 한국은 교체 카드를 꺼냈다. 주민규(울산)와 오현규(헹크), 배준호(스토크시티) 등을 잇달아 투입해 투톱으로 공세를 더욱 끌어 올렸다. 그러나 한국은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후반 35분 황인범이 수비 뒤로 파고드는 손흥민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연결해 골문을 열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비디오 판독(VAR)에서도 판정이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남은 시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승점 1점으로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