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적장에 방치된 폐차. 인천경찰청 제공
폐차 상태의 사고 차량을 고가의 중고차량으로 둔갑시켜 할부금융사로부터 차량 대출금으로 120억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 혐의로 3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불법 대출인 사실을 알고도 금품을 대가로 명의를 빌려준 B씨 등 202명을 불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A씨 등은 2023년 4월부터 최근까지 폐차 상태의 사고 차량을 차량매매 계약서와 성능 검사지 등을 위조해 정상 중고차량으로 둔갑시켜 11개 금융사로부터 269회에 걸쳐 120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미추홀구에 중고차 매매상사를 차린 뒤 사고로 폐차 직전인 차량을 대량으로 조달해 ‘번호판 갈이’와 ‘성능 기록지 위조’ 등의 수법으로 마치 정상 중고차량인 것처럼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캐피탈사의 대출 담당 직원 3명은 대출 영업수당을 챙길 목적으로 A씨 등과 공모해 위조된 차량 사진과 조작된 성능 기록지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채 대출을 승인해 주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A씨 등은 비대면 차량 대출은 차량 매매계약서와 성능검사지 등만 있으면 차량값과 세금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1억원 짜리 외제차의 경우 1억원을 대출받아 명의 대여자에게 1000만원을 주고, 나머지 9000만원은 가담자의 범행 기여도에 따라 분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 등은 2억짜리 벤틀리도 대출받아 가로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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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2월 사기대출 일당에 대한 첩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해 9개 경찰서에 신고된 사건을 이관받아 집중수사를 벌여 경기도 오산과 전북에 있는 폐차장 등에 무더기로 방치된 사고 차량 수백 여대의 차량 번호판이 범행에 이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비대면 대출의 경우 심사가 까다롭지 않아 악용될 우려가 커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 대출사기 범죄 유형을 통보해 재범을 차단했다”며 “각종 투자나 고수익을 미끼로 명의를 빌려주면 각종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폐차를 포토샵으로 조작한 제네시스 중고차량. 인천경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