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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비정함에 좌절했나…형제복지원 피해자 약물 과다복용 쓰러진 채 발견돼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 1월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 상대 손배소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 1월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 상대 손배소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법원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국가가 상고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주요한 이유로 보인다.

지난 17일 밤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의수씨(52)가 부산시청 인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추정됐다. 김씨는 20일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김씨의 아들 김모씨(29)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7일 지인에게 전화해 “마지막 통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씨가 급히 부친의 집에 도착했을 때 김씨는 없었다. 주인 없는 방에는 탄산음료 병이 뒹굴었고, 냄비에는 상한 음식만 남아있었다고 한다.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0시30분쯤 부산시청 인근에서 김씨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김씨는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돌았다. 김모씨는 “구급대원이 병원 50여 군데를 알아봤지만, 받아주는 곳이 부산·울산·창원에서는 없었다고 한다”며 “다음날 새벽 4시쯤에야 대구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원고 중 한 명이다. 김씨는 1984년 2~3월쯤 부산 진구 가야동에서 친구 집에 놀러 가던 중 경찰에 끌려가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됐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7년 ‘부랑자 선도’를 앞세워 시민과 어린이를 불법 납치·감금한 사건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22년 8월 “위법하고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총체적 인권유린 사건임을 확인한다”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이 성과를 맺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고법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 집행을 특정하거나 고의 과실을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국가가 38억3500만원을 배상토록 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으로 피해자들이 당한 기본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의 결정에도 한국 정부가 배상에 미온적으로 나서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라는 지적을 공판 과정에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소송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답을 하지 않았다. 2심 진행 과정에서 40~50년 전 공무원의 직무 위반 행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피해자 마음의 상처를 다시 헤집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이정일 법무법인 동화 변호사는 “김씨가 고법 선고까지 잘 버텨왔지만 ‘대법원에 상고가 되면 얼마나 더 걸릴지 몰라 너무 힘들다’고 했었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아들에게 “11월 안에는 모든 게 끝날 테니 조금만 버티자”고 입버릇처럼 얘기해왔지만, 정작 스스로 11월을 견뎌내지 못했다.

대한민국을 변호한 법무법인 바른에는 지난 15일 판결서가 송달됐다. 대법원에 상고하려면 대한민국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법원에 상고 취지를 내야 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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