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철길숲 ‘불의 정원’에서 20일 포항 시민이 불씨가 꺼져버린 정원 굴착기를 바라보고 있다. 김현수 기자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인근에 20일 포항 시민들이 철강업체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펼침막이 걸려있다. 김현수 기자
“(불의정원) 불도 꺼지고, 45년간 가동되던 공장까지 멈췄으니 불안하죠.”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철길숲 ‘불의 정원’에서 20일 만난 김성훈씨(68)가 불씨가 꺼져버린 정원 굴착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은 2017년 3월 지하수 개발을 위해 지하 200m까지 관정을 파던 중 땅속에서 나온 천연가스가 굴착기의 마찰열에 의해 불이 붙었던 곳이다. 당시 금방 꺼질 것이란 초기 예측과 달리 불씨는 7년 6개월간 타오르다 지난 9월27일 꺼졌다.
김씨는 “포항하면 포스코고 철강하면 불인데 둘 다 멈춰 버렸다”며 “불의 도시에 불이 꺼진 것이 포항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만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45년 넘게 가동해온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지난 19일 전격 폐쇄했다. 지난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 폐쇄에 이어 3개월 만에 주요 철강 생산시설을 또 폐쇄한 것이다. 1선재공장 폐쇄로 포항제철소 선재 생산능력은 기존 284만7000t에서 209만7000t으로, 4분의 1가량 줄어들게 됐다.
앞서 현대제철 포항2공장도 최근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 조합원 300여명은 20일 경기 판교 본사로 올라가 공장 계속 가동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인다.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 있는 불의정원에서 지난 6월4일 굴착기 위로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김현수 기자
국내 1·2위 철강회사가 공장을 폐쇄하는 이유는 최근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과 일본산 철강재 수입은 각각 873만t, 561만t으로 전년보다 29.2%, 3.1% 늘었다. 반면 포스코의 올해 3분기 매출은 9조4790억원, 영업이익은 438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2.0%, 39.8% 감소했다.
시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의 불황은 곧 포항경제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포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민우씨(44)는 “철강은 포항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이라며 “손님 대부분이 포스코 직원이다. 포스코가 힘들다는 건 포항 전체가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민들은 철강업계를 격려하는 응원 메시지가 담긴 펼침막을 내걸고 있다. 시민단체인 ‘행복한 포항을 만드는 사람들’은 지난 15일 포스코 응원 현수막 15개, 현대제철 응원 현수막 5개를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포항공장 인근에 내걸었다. 이후 포항어민회·포항문화관광협회·북포항청년회의소·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등도 도시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철강업계를 응원하고 있다.
포항시도 산업 위기 대응 전담팀(TF)을 구성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청하기로 했다. 철강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 국내 대기업 국산 철강 사용 할당제 도입, 전기료 인하,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 신속 처리 등을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이 대내외적인 여건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고용불안 및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