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문제가 유출된 연세대 수시 자연계 논술전형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막지 못할 대혼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연세대는 수험생들이 연세대를 상대로 낸 논술전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15일 인용되자 이에 불복하고 이의신청을 했지만, 20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나 연세대는 여전히 2심에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시 합격자 발표일이 3주 앞이고 연세대는 버티기에 들어갔으니, 애타는 수험생들만 본안소송 결과를 기다리며 허송세월할 판이다.
연세대 수시 자연계 논술시험이 치러진 날은 지난 10월12일이었다. 연세대가 법적 공방으로 시간을 끌지 않고 시험문제 사전 유출 사실을 알아챈 즉시 바로 재시험을 치렀다면, 입시 일정에 대혼선이 빚어질 우려는 애초에 없었다.
연세대 측은 지난 19일 열린 이의신청 심문에서 재시험이 불가한 이유에 대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를 들었다. 재시험을 치를 경우 1차 시험에서 이미 합격선 안쪽의 점수를 받은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1차 시험 합격자와 재시험 합격자 중 누가 우선하느냐고 따지기 위한 또 다른 법정 공방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시 이월도 수능보다 수시 논술에 집중한 학생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어떻게 해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학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연세대 논리대로라면 앞으로는 문제가 사전에 유출돼도 공정하지 못한 시험에 구제받을 길도, 항의할 수도 없게 된다. 이것이 대한민국 최고 고등교육시설 중 하나인 연세대가 할 소린가.
이미 사태는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본안소송 결과가 12월13일 수시 합격자 발표 이후 나올 때는 사실상 재시험이 불가능해 최대 6장까지 쓸 수 있는 수시 원서 1장을 허공에 날리게 된다. 연세대가 승소해 뒤늦게 합격자가 발표돼도 중복·추가합격까지 고민해 수시·정시 여부를 결정하는 수험생들의 연쇄적인 혼란은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초유의 ‘예측불허 입시’를 야기한 연세대는 여전히 아무 대책이 없고, 교육부마저 두 손을 놓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논술 재시험 집단소송의 후원자 중 한 명인 정모씨가 문제 유출 등을 규탄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