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만남이 있어 부산에 갔다가 해돋이 기억. 해돋이는 언제 봐도 장엄해. 요가에서도 ‘수리야 나마스카라’라고 하여 손을 올려 태양을 바라는 기본동작이 있다. ‘수리야’는 태양이라는 뜻이고 ‘나마스카라’는 맞이한다는 뜻. 부산에 살면 날마다 바닷가에 나가 바다구경을 하고 해구경을 할 텐데. 늘 지내는 벗들은 늦잠을 즐기고 ‘잠충이’란 별명들이 많아. 아까워서 어쩐대~ 내 사랑 아침 해.
일행이 물건을 놓고 온 식당에 가까스로 도착, “길을 못 찾아 늦었네요”. “이기 아이씨예 꺼예. 이적찌기 안 가고 기다릿네예. 이짜 골목은예, 이짜가 저짜 같고 저짜가 그짜 같지예(이쪽이 저쪽 같고 저쪽이 그쪽 같아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좌르르 쏟아지는 시장통 먹자골목.
과거에 가난뱅이 살림을 가리켜 부산에선 ‘장캉밥캉’이라 했단다. 장꼬배이(장독대)에 장 있고 광에 쌀 있으면 목구멍 풀칠은 하고 살아는 지겠으나, 아침에 돋는 해는 얼굴만큼 큰데 입으로 들어가는 건 가뭇가뭇 별만큼 부실했던 인생들. 시방 부산 달동네는 재개발이 되고 아파트가 들어섰더라. 요새 유행하는 노래 ‘아파트 아파트~’, 구축 신축 아파트가 줄줄이 늘어선 세상에도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은 별처럼 멀리 박혀서 동시대를 같이 살고 있다.
자영업이 줄줄이 무너지며 ‘임대’ 딱지가 붙여진 캄캄한 골목상권이 늘고 있더라. 그래도, 장캉밥캉 살림이다만 입만 열었다 하면 ‘온나(와라)’ 그런다. 온나~ 여기에 한술 더 떠 ‘퍼뜩 온나~’ 잽싸게 빨리 오라 그런다. 없는 살림에도 정으로 살고, 농가 묵자(나눠 먹자)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