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원게시판 내홍하는 한동훈 여당, 쇄신은 공염불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이 ‘용산 방패막이’ 여당으로 퇴행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국정 난맥은 변한 게 없는데 불과 한 달 전 4대 요구를 내걸고 용산의 쇄신을 요구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한 대표부터 야당 대표 때리기에 골몰하고, 당에서는 당원 게시판 글을 놓고 친윤·친한이 내홍만 벌인다. 궤변으로 일관한 윤 대통령의 ‘어찌됐든 사과’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유죄 판결 후 태세전환한 것이다. 쇄신도 민생도 모두 길을 잃었다. 한 대표의 변심과 여당의 권력 투쟁이 실망스럽다.

한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공직선거법 개정에 대해 “사법시스템을 망가트려서라도 이재명 대표를 구하겠다는 아부성 법안”이라며 이 대표 공격을 이어갔다. 이 대표 1심 재판 후 “반사이익에 기대지도 오버하지도 않겠다”던 다짐이 무색하다. 첩첩한 국가적 난제에 여야만이라도 정기국회에서 협치 혈로를 뚫기를 기대했지만, 이래서야 거야에 어떤 민생·입법 협조를 구할 수 있겠나. 책임 지지도 못할 정책을 선심 쓰듯 띄워놓고 야당 때문에 안 된다고 이중플레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그런 행태는 지금까지 2년 반을 허비한 윤석열 정부로 충분하다.

여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대통령 비방글이 수백건 올라왔다는 의혹을 두고 벌어지는 내분은 더욱 한심하다. 익명을 보장해야 할 게시판 글을 가지고 색출 소동을 벌이며 공격하는 친윤계 처사는 마뜩잖다. 하지만 “자중지란에 빠질 것은 아니다”라는 회피성 답변과 침묵으로 일관하며 갈등과 의혹을 키운 한 대표 리더십도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짚고, 문제 있으면 사과하면 될 일이다. 시간 끌수록 감당해야 할 정치적 대가와 혼란만 커진다.

그사이 정부·여당 쇄신론은 쏙 들어갔다. 김건희 여사 특검은 여당 요구대로 야당이 법안을 수정해도 왜 퇴짜를 놓는 것인지 이제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는다. 한 대표가 공언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뭉개더니, 국회 국정조사도 거부했다. 용산 출장소로 온전히 되돌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생이 힘들고 의료대란은 경각에 처했다. 대기업들조차 알짜 기업을 팔아 생존을 도모할 만큼 나라 경제가 어렵다. 힘 모아도 넘기 힘든 국정 위기 앞에서 야당을 배척하고 내홍하는 여당 행태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야당 대표의 곤경과 이 정권의 실정·국정농단은 별개의 문제다. 정부·여당이 공언한 쇄신이 하루아침에 공염불 되는데 무너진 국민 신뢰가 돌아올 수 있겠나. 여당은 뼈를 깎는 성찰과 쇄신 외에 어떤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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