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벼른 펜으로 시대의 정곡 찔러

임지영 기자

김택근의 묵언

김택근 지음 | 동아시아328쪽 | 1만9800원

[책과 삶]잘 벼른 펜으로 시대의 정곡 찔러

이 책은 잘 벼려낸 ‘그때’의 뉴스다. 한 아들의 에세이고, 분야를 망라한 문화평론이다. 또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낸 위인전이다.

‘묵언’은 이름 석 자로도 충분히 ‘다방면’인 김택근의 칼럼집이다.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과 20여년 동안 발표한 산문을 담았다.

한 줄로 세상의 정곡을 찌른 편집기자, 등단 시인, 칼럼니스트. 대표할 수 있는 직함만도 여러 개다. 그의 펜이 어디로 어떻게 향하느냐가 그의 수식어를 결정한다.

김택근을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DJ 김대중이다. 자서전이라는 고리로 지근거리에서 그를 읽어내고 말년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날 김대중이 울었다. 나는 그 눈물을 지금도 받쳐 들고 있다.” 저자는 생의 끄트머리에서도 민주주의를 외친, 행동하는 양심이었다고 그를 기억한다.

사람 김민기, 큰 어린이 권정생, 거리의 투사 백기완 등 지금은 곁에 없는 이들도 ‘뿔난 그리움’으로 소환해낸다. 반대로 비판 받아 마땅한 이들에게는 날이 선 활자를 거침없이 날린다.

“정치 초짜들의 행보가 가관이다…소양과 식견은 날것 그대로여서 비린내가 진동한다. 실언과 망언은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정치는 여기(餘技)가 아니다. 국운을 좌우하는 숭고한 기술이다. 그리고 국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쓴 그때도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딱 들어맞는 소리다.

노모의 몸빼를 입고 해사하게 웃던 아들로, 영화 ‘미나리’ 속 삶을 빼닮은 누이의 동생으로, 자신의 아버지처럼 평생을 자식들보다 먼저 일어나고픈 아버지로서 그려내는 김택근의 삶도 고스란히 가슴에 내리꽂힌다.

제목인 ‘묵언’에 관해 저자는 책 말미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다. “말로 지은 삿된 것, 헛된 것을 부수자는 의미.”

거침 없고 흡인력 있는 ‘단문 쓰기의 대가’답게 작문 비법도 넌지시 알려준다. 잘 읽히는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마지막 장까지 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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