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추경 배제 안 해”…정부·여당은 “거론 적절치 않다” 반박

유새슬 기자

대통령실 “재정의 적극적 역할 배제 안 해”

윤 대통령 “양극화 타개 전향적 노력”

하지만 당정은 “추경 검토 안 해” 선 그어

‘양극화 해소·민생’으로 여론 반전 노렸나

‘말이 아닌 정부 정책 변화 필요’ 지적

대통령실 “추경 논의한 바 없다” 수습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 심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여권 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목표를 ‘양극화 타개’로 설정했지만 이를 위해 건전 재정 기조를 적극적인 재정 기조로 선회할지를 두고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핀포인트 방식으로 정말 예산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경 편성도 논의할 수 있다”며 “다만 돈을 나눠주는 형태는 곤란하다. 비용에 비해 효과가 있는 정책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추경 편성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윤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계기로 ‘소득과 교육의 양극화 타개’를 향후 국정 목표로 내세운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추경 등 적극 재정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의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극화 타개’는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대 초반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카드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이제 건전 재정 기조가 자리 잡았고 물가상승률은 1%대까지 안정됐다. 수출이 살아나면서 경제도 활력을 찾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후반기 국정을 출발하면서 ‘양극화 타개를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국민의 일부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면 국가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각자 국가 발전에 열심히 동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민통합위원회의 김한길 위원장, 분과 위원장들과 오찬을 함게 하며 양극화 타개를 위한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통합도 양극화가 타개돼야 이뤄질 수 있다”며 “양극화의 기본적인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해 달라. 양극화 타개에 힘을 기울여 국민 전체가 성장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건전 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 추경안을 편성한 것은 2022년 5월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 단 한 차례다. 이를 두고 잠재성장률이 낮고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건전 재정만 강조하는 것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인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지난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재정을 운용할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데 효율적인 경제 성장과 약자 복지 정책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추경 편성이 ‘가능성’에 그칠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배재하지 않는다면서도 건전 재정 기조에서 선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건전 재정 기조를 지키는 선에서 정책 효과를 고려해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이라며 “재정 준칙의 법제화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권 내 혼선도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실에서 추경 가능성을 갑자기 언급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예산안이 확정되기 직전의 단계 아닌가. 원래 법대로라면 며칠 내 결정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추경을 논의하는 건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로부터 추경 편성에 대한 협의 요청이 없었다”며 “내년도 본예산 심의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추경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도 “현재 2025년 예산안은 국회 심사 중이며 내년 추경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아직 추경 편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진 않다며 원론적인 차원의 이야기라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경에 대해서 논의한 바도 없고 검토한 바도 없고 결정한 바도 없다”며 앞서 추경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필요한 경우에는 재정의 역할을 해야 된다는 일반론적인 언급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실이 양극화 해소를 강조하는 것 역시 현실 정책과 상충하는 ‘정치적 구호’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양극화 해소를 말하지만 적극적 재정 역할은 말뿐이고, 정부 정책도 부자감세, 서민복지 예산 삭감 및 초긴축 예산 편성 등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주장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련 정책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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