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인공지능(AI) 일기예보’ 시대가 열린다.
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기상연구과장은 지난 20일 제주 서귀포시 과학원에서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AI 초단기 강수 예측 결과를 내년 여름 방재 기간(5월 15일~10월 15일)부터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원은 2019년부터 예보에 AI를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초단기 강수 예측은 국민에게 공개되는 첫 성과물이다. 과학원 초단기 강수 예측 AI 모델은 2014·2016·2017·2018·2019·2021·2022년 등 7년 치 기상레이더 영상과 지상 관측자료를 학습했으며 챗GPT 등 생성형 AI 모델이 사용하는 ‘트랜스포머 기술(문장 속 단어와 단어의 관계를 추적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는 신경망 기술)’로 미래의 영상을 생성하는 방식을 쓴다.
초단기 강수 예측 AI 모델은 6시간 후까지 10분 단위 예측을 제공하며, 국민에 공개되는 범위는 ‘2시간 후까지 예측’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여름부터는 기상청 홈페이지나 ‘날씨알리미’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비구름대가 2시간 후 어딜 지날지 알 수 있게 된다. 정확도의 경우 ‘비가 내리는지 안 내리는지’를 맞히는 강수정확도는 90% 이상이다. 6시간 후까지 10분 단위 예측을 생산할 때 걸리는 시간은 38∼42초에 불과하다.
과거 자료를 토대로 예측하기에 기후변화로 빈번해질 ‘전례 없는 기상현상’을 예측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과 예측 과정을 사람이 알 수 없는 블랙박스 문제가 단점으로 꼽히지만, 기상예보 AI 모델이 수치예보모델과 비등한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구글 딥마인드 ‘그래프캐스트’와 화웨이 클라우드의 ‘판구-웨더’ 등 최근 수년 사이 빅테크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기상예보 AI 모델 개발에 대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과학원은 AI 분야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로 지정돼 2028년까지 150억원의 지원을 확보했다. 세계 5위권의 기상·기후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든다는 게 과학원 계획이다. 이 과장은 “빅테크들이 기상·기후 AI 모델 기술을 숨기기 시작한 상황으로, 투자를 통해 자체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