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김병환 금융위원장. KBS 유튜브 캡처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상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2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가 더 투명하게 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 방법이 상법 개정인지는 좀 짚어봐야 한다”면서 “기업 경영이나 자본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돌아볼 필요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반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들에게 주주를 위한 충실 의무 등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하고 지난 19일 관련 법안도 발의했다.
김 위원장은 “재계에선 소송도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주주 충실 의무가 생기면 이를 빌미로 외국계 투기 자본이 기업에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엔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기자본들이 들어왔다가 단기적으로 이익을 빼먹고 나가면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상법 개정이 반드시 바람직한 면만 있느냐, 부작용이 더 크지 않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야당이 제기하는 상법 개정안은 그 자체로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합병·분할 제도 개선을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보다는 이슈가 되었던 합병·분할 문제를 맞춤식으로 개선하는 것이 실효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정부는 상법 개정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있게 반영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 말한 이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상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지만 계속되는 재계 반발에 정부는 ‘신중론’으로 돌아선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과 관련한 질문에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며 “법을 개정하려면 이사회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맞느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는데, 자세를 바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에 대해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엄정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의 내부통제 문제는 개인의 모럴 해저드와 이를 적발·보완하는 시스템의 부재가 맞물린 결과”라면서 “내년부터는 책무구조도를 시행하면 사전 예방 노력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