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평균 두께가 30㎞에 이르는 딱딱한 껍데기인 지각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각은 면적이나 두께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이러한 조각들을 ‘지각판’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듯 각각의 지각판은 진화돼온 과정이 서로 다르다.
지각 진화 과정에서 방향이나 크기가 다양한 여러 단층이 형성되기도 하는데, 한 번 생겨난 단층은 없어지지 않고 지각의 상처로 남게 된다. 필자는 하나하나의 단층들이 보이는 모습을 가지가 뻗어 있는 나무에 비유해 설명하고자 한다.
나무는 대개 곧바로 서 있는 줄기, 그리고 좌우로 뻗은 나뭇가지로 구성된다. 큰 나뭇가지가 다시 가지를 치면서 나무의 형태는 매우 복잡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단층은 나무의 큰 줄기에 해당하는 ‘주단층(main fault)’과 주단층에서 뻗어나가는 ‘가지 단층(branch fault)’으로 구성된다. 지역이나 환경별로 가지의 수를 포함한 나무의 종류와 모양이 다르듯 지각판마다 진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단층의 종류와 형태 또한 다르다.
요즘 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번지는 단풍이 그려낸 그림과 더불어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만들어낸 바람 소리의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라는 외부의 힘에 의해 나무의 큰 줄기가 아닌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이다.
땅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단층에 작용하는 외부의 힘은 서로 다른 방향과 속도를 보이는 지각판의 이동이다. 이때 일부 가지 단층은 힘을 견디지 못하고 깨지는데, 바로 지각운동이라는 원인이 단층이라는 주체를 통해 ‘지진’이라는 결과적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지각판의 이동이 일종의 바람이 되면서 가지 단층을 흔드는 셈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진짜 바람은 그 세기와 방향이 수시로 바뀔 수 있지만, 지각판의 이동은 거의 일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가지 단층이 아닌 크기가 더 작거나 지각운동의 힘에 쉽게 깨질 수 있는 방향을 보이는 일부 가지 단층들이 지진을 일으킨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는 오랜 지질시대를 거쳐온 땅이다. 단층이라는 상처가 많이 나 있다. 각각의 단층 또한 그 형태가 복잡하다. 물론 현재의 지각운동에서 지진을 일으키기 유리한 방향을 보이는 단층들도 존재하는데, 이들은 주단층이기보다는 가지 단층일 확률이 높다. 한반도에서 미소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
지진은 여전히 가장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순식간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지질 현상이다. 한반도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중규모 지진의 관측 자료를 분석하면 지각판 속에 숨어 있는 단층의 자세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단층 자세가 파악된 많은 경우, 큰 단층과 조금 떨어져 있고 방향도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큰 단층과는 다른 별개 단층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지 단층과 ‘단층대(fault zone)’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큰 단층에 속하는 가지 단층으로 해석이 가능한 경우도 있어 보인다.
필자가 학창 시절에 배운 단층은 ‘지층을 어긋나게 하는 면 구조’로 묘사됐다. 칼날로 자른 듯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지질학에 입문하면서 이는 설명을 위한 단순화였을 뿐 단층은 복잡한 내부구조를 가지는 일종의 ‘영역’임을 알게 됐다. 지진을 이해하는 데에 단층의 복잡성 개념을 도입한다면 과도한 학술적 논쟁을 줄이고 정부의 정보 신뢰성을 높여 지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